[박노승 골프칼럼] (68) 윤이나 구하려 원칙 포기한 대한골프협회

2023. 10. 11.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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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나에 대한 징계기간이 3년에서 1년 6개월로 감경되었다는 소식은 추석 연휴 직전에 기습적으로 발표되었다.

골프 미디어의 기사들은 대부분 징계기간을 감경하여 조기 복귀하는 것을 환영한다는 분위기였고 명확히 반대 하는 기사는 찾기 어려웠다.

치팅에 중징계 없다는 신호 윤이나 사건은 전 세계 골프 역사에 기록으로 남은 최악의 치팅 사건이었는데 징계의 내용은 겨우 3년간 출장 정지였고 그마저 1년 6개월로 감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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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나.[사진=KLPGA]

윤이나에 대한 징계기간이 3년에서 1년 6개월로 감경되었다는 소식은 추석 연휴 직전에 기습적으로 발표되었다. 왜 갑자기 경감을 하는지 납득할 만한 명분이 없고 발표한 경감사유들도 설득력이 없는 상황에서 골프팬들은 찬성과 반대가 반으로 갈라졌다. 골프 미디어의 기사들은 대부분 징계기간을 감경하여 조기 복귀하는 것을 환영한다는 분위기였고 명확히 반대 하는 기사는 찾기 어려웠다. 필자는 확실한 반대의견과 그 이유를 제시한다.

게임의 정신과 정직
골프의 룰은 모든 플레이어들이 게임의 정신대로 정직하다는 가정 위에서 만들어졌고 골프 대회도 선수들이 정직하지 않으면 성립될 수 없다. 플레이어들은 선수이면서 자기의 플레이에 룰 위반이 없는지 감시하는 심판의 역할도 해야 한다. 골프 규칙 1.3b에 “선수는 스스로 골프 룰을 적용할 책임이 있다”고 명시한 이유도 심판이 모든 상황을 따라다니며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끊이지 않는 의혹 치팅

우리나라의 골프선수들은 주니어 시절부터 성적에 대한 압박을 심하게 받기 때문에 남몰래 규칙을 위반하는 치팅의 유혹을 받게 된다. 대한골프협회의 골프대회는 엘리트 선수들이 모이는 곳이지만 치팅에 대한 의심 사례는 신고에 의해서, 또는 소문에 의해서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의심 사례에 해당되는 당사자들은 대부분 선수생활을 포기했는데 그것은 치팅이라는 단어가 너무나 모욕적인 단어이므로 숨어서라도 선수생활을 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협회에서 일벌백계의 중징계를 하지 않아도 골프 생태계가 비교적 깨끗하게 유지된 것도 결국은 선수들의 양심 때문이었다.

치팅에 중징계 없다는 신호
윤이나 사건은 전 세계 골프 역사에 기록으로 남은 최악의 치팅 사건이었는데 징계의 내용은 겨우 3년간 출장 정지였고 그마저 1년 6개월로 감경되었다. 미국이나 영국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면 영구 출장정지의 징계를 의심하지 않는다. 문제는 지금부터이다. 윤이나와 비슷한 치팅 사건이 일어 났을 때 3년 출장정지 이상의 징계를 하기 어려워졌고 선수가 징계기간 감경을 요청해 오면 공정성의 잣대로 보아 그것을 거절하기도 어려워졌다. 선수들에게 치팅의 처벌을 받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선수들에게 요구하는 정직이라는 게임의 정신은 교육이나 점잖은 호소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치팅이 적발되면 용서 받을 수 없고 영구히 퇴출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치팅을 예방하는 것이다.

포기한 대한골프협회와 마지막 희망 KLPGA
대한골프협회는 게임의 정신을 지켜야 하는 최상급 조직이지만 자신의 역할을 스스로 포기했다. 선수들에게 치팅을 하더라도 3년 정도 처벌을 받고 나면 다시 복귀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 현재의 엘리트 선수들 중에도 치터가 섞여있는데 그들이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골프 수준을 부끄럽게 만드는 대한골프협회는 깊은 반성이 필요하다.

이제 공은 KLPGA로 넘어갔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므로 KLPGA도 곧 징계기간을 1년 6개월로 경감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필자는 마지막 희망을 버릴 수 없다. 대한골프협회는 포기했지만 KLPGA가 게임의 정신을 지켜줄 수 있다고 기대한다. 팬들의 여론, 현역과 은퇴 선수들의 의견을 감안하여 신뢰 받을 수 있는 KLPGA가 되는 결정을 내리기 바란다. 그것이 한국의 골프를 보호하고, KLPGA를 보호하고, 윤이나를 보호하는 길이다.

*골프 대디였던 필자는 미국 유학을 거쳐 골프 역사가, 대한골프협회의 국제심판, 선수 후원자, 대학 교수 등을 경험했다. 골프 역사서를 2권 저술했고 “박노승의 골프 타임리프” 라는 칼럼을 73회 동안 인기리에 연재 한 바 있으며 현재 시즌2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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