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 도전' 바이든, '중동·우크라·중국' 3대 외교정책 모두 시험대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이 발생하면서 내년 11월 재선 도전에 나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외교 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20개월 가까이 지속되면서 미국 내에서도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는 데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관계 정상화에 비상등이 켜진 것은 물론 '신(新)중동 전쟁'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간 올인해 왔던 대(對)중국 견제 정책은 오는 11월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성사 여부가 또 한 번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집권 이후 국제 무대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회복하는 데 주력하는 동시에 '중국' 견제에 집중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나머지 지역의 분쟁을 최소화하는 외교 정책을 펴왔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은 바이든 대통령이 동맹을 재건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국가들을 결집시키며,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월해지려는 노력을 적극 홍보해 왔다.
제이크 오친클로스(매사추세츠) 민주당 하원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이 세계 무대에서 "우리의 도덕적 신뢰를 회복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근의 상황은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정책의 유효성에 대한 의문을 낳게 하고 있다.
우선 바이든 행정부의 중동 정책은 당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탈퇴했던 2015년 이란과의 핵 합의를 복원하는 데 초점이 있었다.
그러나 이란과의 복원 협상이 교착상태에 머물자, 이스라엘과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간 관계 정상화를 통한 중동 정세 안정화를 꾀하는 쪽으로 선회했고 상당한 진전도 이뤄냈다.
그래선지 미국의 외교안보 사령탑인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9월 말 한 행사에 참석해 "오늘날 중동 지역은 지난 20년 동안보다 더 조용해졌다"고 중동 정책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간 관계 정상화 진전은 자신들의 입지가 좁아질 것을 우려한 하마스를 자극했고, 이번 공격으로 이어지는 역효과를 낳았다는 게 미 정부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로 인해 이번 무력 충돌 발생으로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간 관계 정상화 추진은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전날(9일) 화상브리핑에서 '이번 충돌로 관계정상화 협상이 중단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게 말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그것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이번 충돌과 관련해 팔레스타인 편에 서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의 시사지인 애틀랜틱은 "설리번의 발언은 바이든 정부 당국자들 사이에 이번과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인식이 얼마나 부족했는지를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집권 초기 러시아와의 긴장을 안정화하려던 노력은 이미 물거품이 된 데다 우크라이나를 전폭 지원하겠다는 구상에도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미 의회는 당초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초당적으로 예산을 지원했지만,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야당인 공화당은 미국인들의 피로감과 자금 사용의 투명성을 문제삼으며 추가 지원에 제동을 걸고 있다.
실제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의 해임을 초래했던 45일짜리 임시예산안에도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예산이 포함되지 않은 상태다.
커비 조정관은 이번 충돌에 따른 우크라이나 지원 영향과 관련해 "우리는 둘 다(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중요하다고 믿는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계속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지만, WSJ는 "미국의 향후 지원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 킬세계경제연구소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의 대우크라이나 지원은 총 728억 달러(약 98조1300억원)에 달한다.
대중국 정책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반도체 등 국가안보 분야 기술에 대한 수출통제 강화 등 대중국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하되, 기후변화, 세계 경제성장, 펜타닐 등 협력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선 협력하겠다는 태도를 취해 왔다.
여기에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하는 것을 막는 데 주력했다.
이를 위해 당초 중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에 초점을 맞추다가 최근 들어선 양국간 '책임감 있는 경쟁'을 내세워 디리스킹(위험 감소)을 하는 데 무게를 두는 정책으로 선회했다.
지난 2월 중국의 정찰위성 사태 이후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시작으로 재닛 옐런 재무장관,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등 장관급 인사들이 잇따라 중국을 방문한 데 이어 오는 1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계기에 양국 정상간 정상회담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로선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 회담 이후 1년 만에 양국 정상간 회담이 개최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지만, 이번 이스라엘-하마스 충돌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긴 힘든 상황이다.
또한 양국 정상간 회담이 성사되더라도 성과물을 내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WSJ는 "(양국 정상간) 화해는 빈약할 가능성이 높다. 양국 모두 기술 및 대만과 같은 핵심 이슈에 대해 양보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아 글로벌 경쟁과 불신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시험대에 서면서 미국내 비판도 커질 전망이다.
당장 내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가장 유력한 경쟁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제가 대통령으로 있을 때 우리는 강력함을 통해 평화를 이뤘다"며 "그러나 지금은 유약함과 갈등, 혼란이 있다"고 비판했다.
마크웨인 멀린(오클라호마) 공화당 상원의원도 최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이란과 중국, 러시아는 미국의 연약한 외교정책을 악용할 어떤 이유라도 찾고 있다"며 "(그런데) 조 바이든은 운전대를 잡고 잠들어 있다"고 비판했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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