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수요위기 대 공급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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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정상화는 여전히 요원한 모습이다.
그는 19세기 중반 현대 세계화가 개시된 이래 모두 일곱 번의 위기를 분석하면서 매 위기는 각자 차별적인 동역학을 지니지만 위기의 속성은 크게 수요위기와 공급위기로 구분된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지금의 위기는 무엇보다 수요부족이 아니라 공급부족 문제며 또 이런 속성에 대한 잘못된 접근으로 위기가 더욱 증폭된다고 설명한다.
다른 위기들은 주로 공급차질과 결부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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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정상화는 여전히 요원한 모습이다. 코로나 시기 핵심 전략물자의 공급안보 문제가 이제는 지정학적 갈등과 맞물리며 세상을 더욱 힘들고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대봉쇄의 충격에 맞서 글로벌 금융위기의 경험을 토대로 대규모 통화·재정부양책이 전면에 나섰다. 덕택에 급한 불은 껐지만 정작 그로 인한 화폐적, 재정적 함정이 부각되고 인플레이션이라는 과거의 위협이 되살아나며 정책적 제약을 심화시키고 있다.
과연 이번 위기를 어떻게 이해하고 그 해법을 모색해야 할까. 여기서 최근 미국 경제사가 해럴드 제임스 프린스턴대학 교수의 작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19세기 중반 현대 세계화가 개시된 이래 모두 일곱 번의 위기를 분석하면서 매 위기는 각자 차별적인 동역학을 지니지만 위기의 속성은 크게 수요위기와 공급위기로 구분된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지금의 위기는 무엇보다 수요부족이 아니라 공급부족 문제며 또 이런 속성에 대한 잘못된 접근으로 위기가 더욱 증폭된다고 설명한다.
코로나 위기 이전 세계 경제의 대형 위기로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1930년대 대공황이 꼽힌다. 하지만 두 번의 위기는 기본적으로 수요부족에 따른 위기였다. 당시는 '풍요 속의 빈곤'으로 거론될 정도로 공급여력이 풍부한 편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과잉이 거품붕괴로 귀결되면서 대형 금융위기를 초래했고 그로 인한 수요위기에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능동적인 정부역할(대공황), 또 벤 버냉키의 비전통적 통화정책(글로벌 금융위기) 등과 같은 수요부양 노력이 주효했다.
다른 위기들은 주로 공급차질과 결부된 문제다. 대표적인 예가 1970년대 오일쇼크, 나아가 1840년대 아일랜드 대기근과 맞물린 유럽의 공급위기다. 오일쇼크는 원유 등 핵심 전략물자의 공급차질이 문제였고 1840년대는 기상악화와 전염병 등에서 비롯된 공급차질이 쟁점이었다. 아울러 지금과 같은 복잡한 지정학을 감안하면 1차 세계대전 과정에서 해상봉쇄 등으로 촉발된 지정학적 공급위기에도 관심이 간다.
코로나 위기는 수요위기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따라서 지난번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배운 교훈, 즉 수요부양을 위한 과감한 재정·통화부양책이 처방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수요침체가 아니었다. 일상적인 대면서비스는 직접 충격을 받았지만 디지털 관련 재화나 건축 관련 수요는 오히려 수혜를 누렸다. 대신 의료물자의 공급부족, 또 특정한 소비붐이나 지정학적 갈등에 따른 반도체나 철강, 곡물 등 주요 전략물자의 공급차질이 치명적이었다. 결국 과거의 전쟁과 잘못 싸운 셈이다.
공급위기는 돈을 푼다고 해결할 수 없고, 공급부족에 따른 물가불안을 부추길 따름이다. 제임스 교수에 따르면 공급차질과 그로 인한 상대가격의 왜곡은 거시경제적 수요관리보다 미시경제적 자원배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게다가 공급위기는 지금처럼 보호주의 강화로 나타나지만 결국 기술혁신에 기반한 소통의 새로운 에너지를 찾아 사실상 뒷문으로 세계화를 진전시킨다. 제대로 된 진단과 처방이라면 또 다른 생산적 기회가 될 수 있는 법이다.
장보형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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