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사망자 1800명 넘어…하마스, 인질 살해 협박

이스라엘군 “하마스 대원 시신 1천500구 발견”
“가자지구에 군 장병 50명 등 최소 150명 인질 억류
하마스, 인질 살해 협박…중재 움직임에 양측 타협 일축
유엔 “전면 봉쇄는 국제법 위반”…양국 외무장관 긴급회

가자지구 접경 지역 순찰 중인 이스라엘군. [EPA=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된 이후 사망자 수가 1800명을 넘어섰다.

이스라엘군은 양측의 사상자 집계와 별개로 하마스 무장대원 시신 1500구를 발견했다고 밝힌 데 이어,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한 가운데 공습을 지속하고 있어 희생자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사회가 양측 간 중재 노력에 나섰지만, 모두 완강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10일(현지시간) 지금까지 하마스의 공격으로 인한 사망자가 1000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남부 베에리 키부츠에서 시신 108구가 추가로 발견되는 등 지난 7일 새벽 하마스 무장대원이 침투한 남부 지역에서 사망자 수가 늘었다.

이스라엘 건국 이후 75년 만에 최대 사망자 규모로 이 가운데 123명이 군 장병이다. 부상자는 2800여 명으로 집계됐다.

이스라엘군은 앞선 브리핑에서 "가자지구 접경 지역을 완전히 장악하고 남부 지역의 통제권을 대체로 회복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 대변인 리처드 헥트 중령은 "이 과정에서 하마스 무장대원 시신 약 1500구를 발견했다"며 "어젯밤 이후 추가로 침투한 무장대원은 없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이 이어지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도 사망자가 800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날 지금까지 집계된 사망자가 830명이며, 여기에는 아동, 청소년, 여성도 다수 포함됐다고 밝혔다. 부상자는 4250명에 달했다.

보건부는 요르단강 서안에서도 지난 7일 분쟁 발발 이후 폭력사태로 팔레스타인 주민 18명이 숨지고 10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의 사망자를 합하면 1800명을, 양측 부상자 합계도 7000명을 각각 넘어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스라엘군이 발견한 하마스 대원 시신까지 합치면 사망자는 3000명을 훌쩍 넘게 된다.

알자지라 방송은 "가자지구 사망자 중에 팔레스타인 기자 3명과 어린이 140명이 포함됐다"며 "부상자 가운데 200명 이상이 어린이"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 당국은 하마스가 이스라엘군 장병 50명을 포함해 최소 150명의 인질을 가자지구에 억류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는 이중국적자를 비롯한 외국인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AFP 통신은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교전 과정에서 외국인 사망자, 실종자, 인질 수가 100명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가자지구의 전면 봉쇄를 선언한 이스라엘군은 이날도 가자지구에 보복 공습을 이어갔다. 이스라엘군은 전날 밤에만 200곳을 타격하는 등 이른바 '철검(Iron Swords)' 작전으로 지난 7일 반격에 나선 이래 전투기, 선박, 대포 등을 동원해 지금까지 1000곳의 목표물을 타격했다.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가자지구에서 790채의 주택이 파괴됐다. 또 5300개의 건물이 손상됐고, 주민 40만 명이 단수 등을 겪고 있다.

가자지구의 민간인 피해가 커지자 하마스는 100명이 넘는 민간인 인질의 살해를 협박하고 나섰다. 아부 우바이다 하마스 대변인은 전날 성명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민간인 주택을 사전 경고 없이 공격할 때마다 이스라엘 민간인 인질 1명을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예비군 36만명에 동원령을 내리며 완전한 보복을 다짐하는 등 한 치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 그들(하마스)이 숨을 곳은 없고 우리는 그들이 어디에 있든 찾아낼 것"이라며 "공군이 가자지구를 겨냥해 4시간마다 한 번씩 집중 공습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국에 방영된 TV 연설에서 "우리는 하마스를 공격하기 시작했을 뿐"이라며 "앞으로 수일간 우리의 공격은 그들에게 수 세대에 걸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스 최고지도자인 이스마엘 하니예도 이날 알하다스TV 채널에서 전투가 끝날 때까지 이스라엘 인질 석방을 위한 협상에 나설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전면 봉쇄와 잇따른 공습으로 가자지구의 식료품과 의약품, 연료가 고갈되는 등 인도주의적 위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는 가자지구 주민 230만 명 중 집을 떠난 피란민이 18만750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13만7000명이 학교 등 대피소 80곳에 머물고 있다.

유엔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면 봉쇄가 국제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과 세계식량계획(WFP) 등은 가자지구에 식료품과 의약품 등 인도주의 구호물품 공급을 위한 인도적 통로 개설을 촉구했다.

양측을 중재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감지됐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 대표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외무장관을 이날 오후 예정된 EU 외교장관회의에 초청했다고 밝혔다. EU는 앞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원조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가 이를 철회하기도 했다.

영국과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미국의 지도자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하마스의 이스라엘의 공격을 비난했다. 미국은 또 하마스를 지지하는 이란에 분쟁에 관여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배후가 이란이라는 의혹을 부인했다.

하마스를 꾸준히 지원해 온 이란의 최고지도자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