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중기의 뚝심→홍사빈·김형서의 기분 좋은 발견 '화란'[TF씨네리뷰]

박지윤 2023. 10. 1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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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소년의 처절한 몸부림…11일 개봉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받은 '화란'은 10월 11일 국내 관객들과 만난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더팩트|박지윤 기자] 노 개런티를 자처한 송중기의 선택은 옳았다. 상업 영화의 흥행 공식을 따르지 않으니 신예 홍사빈과 김형서의 열연은 더욱 빛났고, 스산하고 거칠면서 찐득한 작품이 탄생했다. 영화 '화란'이다.

11일 스크린에 걸리는 영화 '화란'(감독 김창훈)은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년 연규(홍사빈 분)가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송중기 분)을 만나 위태로운 세계에 함께 하게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누아르 드라마다.

작품은 10대 소년 연규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는 가정폭력을 일삼는 알콜중독자 새아버지와 생활고에 시달리는 엄마, 이복동생 하얀(김형서 분) 사이에서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간다. 고된 현실을 살고 있는 연규의 유일한 꿈이자 희망은 돈을 모아 엄마와 화란(네덜란드)으로 떠나는 것이다. 복지가 잘 돼있어 모두가 비슷비슷하게 살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홍사빈(위쪽)은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년 연규 역을, 송중기는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 역을 맡아 연기 호흡을 맞췄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그러던 중 연규는 하얀을 지키기 위해 싸움을 벌였고, 합의금 300만 원을 구해야 했다. 이때 손을 내민 건 바로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이었다. 합의금을 구하느라 전전긍긍하던 연규를 보고 동질감을 느낀 치건은 '절대 찾아오지 말라'고 말하며 조건 없이 300만 원을 건넨다. 그러나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계속되는 폭력에 시달리던 연규는 결국 치건을 찾아가고, 그렇게 조직의 일원이 된다.

연규는 오토바이를 훔쳐서 되파는가 하면, 고금리 사채를 쓰게 하는 등 불법적인 일을 하면서 스스로 회의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연규가 조직에 발을 들이고 인정받기 위해 고군분투할수록,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칠수록 더욱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된다. 또 다른 화란(재앙과 난리)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위태로워지는 연규와 그런 그를 지켜보는 치건, 두 사람은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위험한 선택을 거듭한다. 과연 연규에게 치건은 기댈 수 있는 어른일까, 그를 망치러 온 구원자에 불과할까. 작품이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쉽게 정의내릴 수 없다.

어둡고 스산한 정서를 가진 '화란'에 끌린 송중기는 작품의 매력이 반감되는 것을 막기 위해 노 개런티 출연을 결정했다. 그는 찢어진 한쪽 귀와 어두운 피부 톤, 속을 짐작할 수 없는 표정과 중저음의 보이스 등 지금껏 보여준 적 없는 새로운 분위기를 장착해 눈길을 끈다. 극 중 대사는 많지 않지만, 묵직한 존재감으로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화란'은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년이 조직의 중간 보스를 만나 위태로운 세계에 함께 하게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누아르 드라마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데뷔 첫 스크린 주연에 나선 홍사빈은 한없이 흔들리는 유약함부터 살기 위해 남을 짓밟는 독기 어린 모습까지 인물의 복잡한 내면을 섬세하고 세밀하게 그려내며 송중기에게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발산한다. 매 순간 처연하기에, 더욱 먹먹하게 만든다. 또한 김형서는 당찬 성격의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그려내며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준다. 남매로 만난 홍사빈과 김형서의 호흡도 좋다.

여기에 정재광은 치건의 수하 승무 역을, 김종수는 조직 보스 중범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특히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종수는 또 한 번 연기 변주를 꾀하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다만 학교폭력과 가정폭력, 조직의 세계를 담은 '화란'은 신체를 훼손하는 등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든 잔인한 장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15세 이상 관람가인 것을 알고 봤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착각한 게 아닌지 다시 확인할 정도로 가혹한 장면이 난무해 불쾌함을 안겨줄 수 있다.

'화란'은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다. 이로써 김창훈 감독은 자신의 장편 데뷔작으로, 송중기는 데뷔 15년 만에 칸의 부름을 받았다.

이렇게 '화란'은 전 세계 관객들을 사로잡고 돌아왔지만, 숨 쉴 틈 없이 몰아치는 불행, 희망과 절망의 경계 속에서 정답이 아닌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로 국내 관객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5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24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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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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