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나비 효과…항공업계 직격탄, LG전자 '현지 직원 철수'
정부-기업, 경제 파장 예의주시
유가 급등 속 '방산주'는 강세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의 무력 충돌로 촉발된 중동의 위기가 국내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 최근 안정세를 보이던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아직은 제한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전쟁이 확대될 경우 피해가 다방면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7일 하마스의 대대적인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이 나흘째 이어지고 있다. 10일 오후까지 양측 사망자가 1500명을 넘어선 가운데 보복 공격에 나선 이스라엘은 전쟁을 공식 선언하고, 예비군 30만 명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양측 간 무력 충돌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중동의 화약고'도 폭발
우리 정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0일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중동지역의 무력 분쟁과 전쟁은 국제 유가 상승을 불러오고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으로 우리 국민들의 물가 부담을 가중시켜 왔다"며 "이미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이 가중될 경우 국내 금리에 영향을 미치면서 국민 이자 부담도 증대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정부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대외 불안정 요인에 긴밀히 대응하고 민생 어려움이 가중되지 않도록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무력 충돌의 직격탄을 맞은 곳은 항공업계다. 가뜩이나 고유가로 인한 비용 부담이 큰 상황에서 이번 전쟁은 유가의 추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9일(현지시간) 국제금융시장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유(WTI)는 전일 대비 4.33% 상승한 86.38달러, 영국 브렌트유는 4.22% 상승한 88.15달러, 두바이유는 3.08% 상승한 88.53달러로 장을 마쳤다.
이 가운데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대한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이란이 하마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경우 서방의 대이란 제재 강화, 이에 대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맞대응으로 유가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금융센터는 9일 '이스라엘-하마스 무력 충돌 발발 및 평가' 보고서에서 "현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산유국이 아니어서 국제유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나 다른 중동 산유국들이 개입하거나, 원유생산 시설 및 수송로가 침해될 경우 유가 급등 소지가 있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번 중동발 지정학적 위험 증대로 국제유가 급등 등 세계경제 및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질 우려가 있으므로 이에 대해 경계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국내에서 유일하게 이스라엘 직항 노선을 운항 중인 대한항공은 9~13일 운항 예정이던 3개편을 모두 결항하기로 했다. 유가 상승으로 인한 비용 상승 부담에 운항 노선 결항이라는 악재까지 더해진 것이다.
유가와 직결된 정유업계는 교전이 아직 해당 지역에 국한돼 있어 직접적인 영향이 없지만, 이번 전쟁이 확산되거나 장기화할 경우 악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사우디아라비아나 이란 등이 이번 전쟁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큰 한국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삼성·LG·현대차 등 이스라엘 진출 기업 상황 예의주시
삼성전자·LG전자·현대자동차 등 이스라엘에 진출한 기업들은 아직 직접적인 피해는 없지만,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사별로 맞춤형 대응을 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통화에서 "현재까지 피해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지는 못했다"면서도 "직원들의 안전을 고려해 지점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직원과 가족 20여 명을 귀국시키기로 어제 결정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지 전 직원이 재택근무를 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현지 대사관과 수시로 소통하면서 정부 지침에 따라 맞춤형 대응을 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스라엘에는 현지인들이 대리점을 운영하면서 자동차를 팔고 있고, 판매와 관련된 우리 주재원은 없다"며 "아직 직접적 피해도 없다고 들었는데,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방산업계의 경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수출하는 무기는 없지만 전쟁이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UAE) 등 인근 중동지역으로 확전하거나, 종전 이후 중동의 무기 구매 수요 증가로 인한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이스라엘-하마스 무력 충돌 발생 후 처음으로 열린 10일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약보합(-0.26%)을 기록했고, 코스닥은 폭락(-2.62%)한 가운데 LIG넥스원(6.38%↑), 풍산(4.44%↑), 현대로템(3.49%↑) 등 방산주는 강세를 보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로 중동에서 전략물자 확보의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며 "방산 물자를 즉시 생산, 수출할 수 있는 한국의 방위산업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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