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송강호가 30만명?” 충격의 추석 박스오피스, 영화계 비탄[SS무비]

함상범 2023. 10. 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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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영화 포스터. 사진 | CJ ENM, 롯데엔터테테인먼트. 바른손이앤에이


[스포츠서울 |함상범 기자]“1000만 관객을 호령했던 송강호마저 30만이라니…”

영화계 대목인 추석 연휴를 앞두고 지난 달 27일부터 시작된 대형배급사의 신작 3파전이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앞서 ‘신과 함께’ 시리즈로 ‘쌍천만’ 신화를 일군 김용화 감독의 신작 ‘더문’이 50만 관객을 동원, 영화계 위기감이 고조된 가운데 긴 추석 연휴, 반전을 일궈보겠다는 기대가 한순간에 무너졌다.

추석 연휴에 이어 한글날 연휴까지, 2주 연속 휴일이 이어졌고 비슷한 시기 부산국제영화제도 열리면서 영화에 대한 이슈가 넘쳤다. 그럼에도 세 작품 모두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추석 연휴기간에 약 460만 명을 동원한 것에 비해 올해는 330만 명에 그친 것으로 파악된다.

◇‘천박사’마저 손익분기점 위기 “박스오피스 줄곧 1위였는데”

손익분기점 450만 명으로 알려진 영화 ‘1947 보스톤’은 지난 9일 기준 누적관객수 85만 여명을 기록했다. 손익분기점 약 200만 명인 ‘거미집’은 약 30만 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1947 보스톤’은 시대극에 강한 면모를 보인 강제규 감독의 신작으로 배우 하정우와 임시완이 주연으로 나섰다. ‘거미집’은 스타일리시한 블랙코미디에 일가견이 있는 김지운 감독의 영화로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 등 화려한 출연진을 자랑한다.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받아 약 12분간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평단의 호평과 달리 두 작품의 성적은 아쉽기만 하다. 특히 ‘거미집’의 주연배우 송강호가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호스트를 맡는 등 영화 홍보를 위해 전면에 나섰음에도 이같은 성적표를 받았다는 점에서 충격이 상당하다. 김지운 감독의 흑역사로 꼽히는 ‘인랑’도 89만 관객을 동원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참담한 수준이다.

‘천박사’ 스틸컷. 사진 | CJENM


추석 연휴 내내 줄곧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이하 ‘천박사’)만이 손익분기점을 향해 달리는 모양새다. 현재 누적관객수 170만 명인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250만 명이다.

CJ ENM 관계자는 “해외여행을 많이 가 공백이 있을 건 예상했지만, 극장 사이즈가 이렇게 줄어들 줄은 몰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해외여행객 73만명 공백, 영화를 감상하지 않는 문화도 생겨

“이번 추석 스코어는 정말 충격이 큽니다. 내부적으로 정말 다 놀랐어요. 호재도 많았고, 구색도 좋았는데 이렇게까지 안 될 일인가 싶어요.”

이 말을 뱉은 영화관 관계자는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이번 추석은 기존 한국영화계의 흥행 공식이 깨진 시기다. 일반적으로 명절에는 가족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가벼운 소재의 코믹물이나 감동적인 가족 영화가 사랑받았지만 올해는 예상과 달랐다.

배급사들은 황금연휴가 오히려 독이 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너무 긴 연휴다 보니 영화 외에도 선택지가 많아, 가성비가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된 영화 관람이 뒤로 밀려난 것 아니냐는 의견이다.

실제로 지난 9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해 추석 연휴가 있던 9월 27일부터 10월 3일까지 국제선 여객 수는 약 73만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추석 연휴기간의 수치(71만)를 넘어선 기록이다.

‘거미집’ 스틸컷. 사진 | 바른손이앤에이


또 하나는 영화를 대하는 태도가 바뀐 것 아니냐는 의견이다. 예전만 해도 영화를 느끼고 고민하고 생각하는 등 감상하는 관객이 많았다면, 이제는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대략적인 정보만 습득하는 관객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튜브가 콘텐츠를 소비하는 주요 플랫폼으로 부상하면서 생겨난 문화다.

한 영화 배급사 관계자는 “대체로 유튜브 요약본을 보고 해당 작품의 정보만 습득하고 학습하는 방식으로 영화를 소비하는 느낌이다”며 “이슈가 된 콘텐츠만 관심을 갖고, 대화 소재가 되지 못한 영화는 굳이 보지 않는 경향이 생긴 것 같다. 그래서 굳이 영화관을 찾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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