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상운]가계부채발 저성장 위기… 해법은 ‘정책 일관성’부터

김상운 경제부 차장 2023. 10. 11. 00: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국은행 총재가 기획재정부 장관을 요즘처럼 거의 매주 본 적이 없다."

통화, 금융정책 엇박자로 가계부채 위기가 심각해진 게 아니냐는 지적에 최근 만난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가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한마디로 고금리 기조의 통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대출 규제를 푼 정부 금융정책(거시건전성 정책)의 엇박자로 가계부채가 늘었다는 얘기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총재가 기획재정부 장관을 요즘처럼 거의 매주 본 적이 없다.”

통화, 금융정책 엇박자로 가계부채 위기가 심각해진 게 아니냐는 지적에 최근 만난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가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그는 “이창용 총재와 추경호 부총리가 이명박 정부 시절 금융위에서 함께 일한 적이 있어서 호흡이 잘 맞는다”고도 했다.

김상운 경제부 차장
그러나 정책은 결과와 숫자로 말한다. 최근 각종 경제지표는 두 경제 수장의 ‘호흡’만큼이나 한은과 정부가 가계부채를 일관성 있게 관리한 게 맞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기에 충분하다. 정부의 뒤늦은 대출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말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전달보다 2조8591억 원 늘어 2021년 10월 이후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일부 주담대 금리가 최고 7%대로 치솟은 상황에도 가계대출은 계속 늘고 있다.

고금리와 맞물린 가계부채 위기는 소비를 위축시켜 경제 성장을 위협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2분기 가계의 이자비용 지출액은 월평균 13만1000원으로 2006년 이후 분기 기준 최대였다. 이에 따라 올 2분기 가처분소득은 1년 전보다 2.8% 줄어 2006년 이후 최대 감소율을 기록했다. 가계의 빚 부담으로 쓸 돈이 부족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8월 소매판매액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8% 줄어 코로나가 확산되기 시작한 2020년 3월 이후 최대 감소 폭을 보였다. 올해 수출이 급감한 상황에서 소비마저 꺾이면 경제성장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JP모건 등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한국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1%대 저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엇이 문제일까. 1차적으로는 문재인 정부에서 집값이 폭등한 영향이 크다. 여기에 올 들어 정부가 특례보금자리론 등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각종 부동산 규제를 풀면서 집값 상승 기대감을 키웠다. 추 부총리는 5일 기자간담회에서 특례보금자리론 등의 영향을 인정하면서도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한다는 방향성을 갖고 일관성 있게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정책 파트너인 한은은 통화, 금융정책의 엇박자가 문제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최근 내놓았다.

한은은 ‘9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은행의 가계대출이 4월 이후 증가로 전환된 것은 은행의 완화적 대출 태도, 여신금리 하락, 특례보금자리론 공급 등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관련 정책은 긴 시계에서 일관되게 수립돼 시행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한마디로 고금리 기조의 통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대출 규제를 푼 정부 금융정책(거시건전성 정책)의 엇박자로 가계부채가 늘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한은에 따르면 주요국 사례에서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과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이 같은 방향이면 가계대출 억제 효과가 뚜렷했다. 그러나 두 정책의 기조가 서로 다르면 가계대출 억제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정부가 내년 총선을 의식해 부동산 경기 부양을 시도하면서 가계부채 정책의 일관성을 무너뜨린 게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기자는 지난달 14일자 같은 지면에서 전기요금 등 에너지 정책의 ‘탈(脫)정치’를 강조했다. 가계부채 정책도 마찬가지다. 포퓰리즘의 유혹을 떨쳐내고 통화, 금융정책의 일관성을 지켜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김상운 경제부 차장 sukim@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