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4개월 '공항 여정' 마친 이주아 "베트남, 빠르고 엮는 플레이 잘했다"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2023 구미 도드람컵대회, 아시아선수권대회, 2024 파리 올림픽 예선전, 그리고 다시 2022 아시안게임에 이르는 긴 여정이 끝났다. 공항에서 공항을 오가는 무자비한 일정이다.
남녀 모두 세대교체를 천명했지만 아직은 갈 길이 지난하다. 세자르 에르난데스 곤살레스 감독이 이끌었던 여자 대표팀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국제무대에서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 해 VNL 12전패, 2022 세계선수권대회 1승에 그친 세자르호는 올해도 VNL 12전패로 시작해 아시아선수권대회 6위, 2024 파리 올림픽 예선 전패,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5위로 마치며 고단한 네 달에 마침표를 찍었다.
세자르 감독은 아시안게임 이후, 성적부진의 이유로 남자배구 대표팀 임도헌 감독과 나란히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10일, 본지와 연락이 닿은 대표팀 미들블로커 이주아(흥국생명)는 빠듯한 스케줄과 컨디션에 대해 묻자 "마치 끝나지 않는 시즌을 치르는 기분"이라며 고단한 심신의 상태를 털어놓았다.
이주아는 "(세자르)감독님이 떠나시는건 경기를 다 마치고 알았는데, 저희가 모두 모인 자리에서 말씀하고 싶으셨던 것 같다"며 "감독님이 선수들에게 잘 따라줘서 고마웠고, 뒤에서 계속 지켜보고 응원할테니 연락 자주 하자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여자배구 대표팀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첫 경기 베트남을 상대로 두 번째 풀세트 역전패라는 다소 충격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아시아선수권 당시 베트남에게서 1,2세트를 먼저 가져왔던 한국은 이후 3세트부터 뒤집혀 그대로 역전을 당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데칼코마니처럼 똑같은 역전패를 당했다.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아 가장 아쉬웠던 것은 물론 선수 당사자들이다.
이에 대해 이주아는 "아시아선수권 당시에도 그렇고, 아시안게임때도 그렇고 2세트 이기고 3세트 중반까지도 이겨나가고 있는데 아시아선수권 때의 상황이 막 떠오르더라"며 "(다른) 선수들도 똑같은 불안감을 살짝 가진것 같았다. 따라잡으려고 했는데 결과가 아쉬웠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그는 "지난 대회에는 베트남이 윙스파이커가 잘 터져줬는데 이번 아시안게임때는 미들이 잘 터져줬다. (베트남이) 리시브가 잘 돼서 엮는 플레이를 잘했고 또 빠른 플레이를 했다. 신장이 큰 편은 아닌데 팔이 길다보니 블로킹에 자꾸 막혔다. 공격을 잘 때려도 수비에서 올라오다보니 그런 부분이 아쉬웠다"고 패인을 돌아봤다. 1세트 반짝 흔들렸던 네팔전 역시 초반 상대의 서브가 생각보다 강하게 들어왔고, 자국팀의 플레이가 풀리지 않아 당황했다고.
그러나 이번 대회를 통틀어 가장 크게 관심을 모은 대전이 있다. 바로 북한전이다.
북한은 지난 2017년, 세계선수권대회 예선전에서 한국과 붙은 뒤로 약 6년여만에 다시 국제무대에 섰다. 그리고 이번 대회에 다시 한번 남북전을 성사시켰다. 이 가운데 북한 팀 내 최장신인 김현주(182cm, 아웃사이드 히터)가 에이스로 눈길을 끌었다.
이주아는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처음으로 북한 대표팀과 만났다. 북한의 첫 느낌에 대해 묻자 그는 "분명 서로 같은 한국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사투리가 강해서 알아듣기가 정말 어렵더라"며 "가령 우리같은 경우는 (상대방 쪽에 잘하는 선수가 있으면) '97번 막아, 막아!' 정도로 말하는데 북한은 '97번 봉쇄하라!', '(김)현주야, 오른발 내밀라우!' 이런 식으로 말을 하더라"며 웃음지었다.
분명 같은 모습, 같은 언어를 쓰는데도 휴전선같은 네트 너머로 대비가 극명하게 갈리는 순간이었다.
이어 그는 "생각보다 한국과 북한이 비슷한 배구를 하는 것 같았다"며 "1세트 때는 우리가 좀 어어, 하다가 (분위기를) 뺏긴 느낌이었다. 북한도 미들블로커 활용이 생각보다 많지 않고 주 공격수인 김현주에게 대부분 공이 올라가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손향미(5번) 선수에게도 공이 꽤 많이 갔다"고 회상했다.
한국 배구는 이번 아시안게임, 김연경이 KBS 특별해설위원으로 동행하며 반짝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결과는 아쉬웠고, 누구보다 할 말도 많았을 김연경은 관중석 아래로 내려갈 수 없어 멀리서 후배들의 고군분투를 바라봤다.
이주아는 "(김연경) 언니가 밑까지 내려올 수 없어서 관중석 위에만 서 있었다"며 "거기서도 언니가 계속 '얘들아 할 수 있어, 이겨야 돼'하고 소리치면서 응원해줬다. (언니 응원을 듣고) 힘이 많이 났다"고 전해왔다.
인터뷰를 마치기 전, 9살 난 반려견 '쿠키'의 안부에 대해 간단하게 묻자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며 피곤하던 목소리에 생기가 돌아 잠시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이주아가 속한 흥국생명은 오는 14일, 오후 4시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한국도로공사와의 첫 대결로 2023-24시즌 개막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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