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 시대] 목적 기반 자동차의 정의와 용도
바야흐로 전기차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전동화 전환에 속도가 붙으면서 자동차 엔진과 소재, 부품뿐만 아니라 연료를 채우는 방식까지 기존과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무수한 의문점이 생겨납니다. ‘비 오는 날 전기차를 충전해도 될까’와 같은 질문입니다. 이에 IT동아는 전기차의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살펴보는 ‘EV(Electric Vehicle) 시대’ 기고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와 함께 다양한 이름과 기능, 목적을 가진 자동차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미래형 자동차는 크게 전기동력차와 자율주행차로 나뉘었습니다. 그런데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가 등장하더니 목적 기반 자동차(Purpose Built Vehicle, 이하 PBV)라는 용어도 들려옵니다.
현대차는 2020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가전박람회(CES)에서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개념을 선보였습니다. 그러면서 모빌리티 서비스(Mobility as a Service)의 일환으로 UAM 승객이 집에서 이·착륙장까지 이동하는 퍼스트 마일(First mile)이나 UAM을 이용한 후 최종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는 라스트 마일(Last mile)용 이동 수단으로 PBV를 제안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PBV란 말 그대로 자동차 업체들이 고객의 요구에 맞춰 설계에서부터 정해진 용도에 맞도록 개발해 제조한 전기동력·자율주행 기반의 다목적용 이동 수단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 업체들은 기존 차량이나 이동 수단보다 기능이나 목적 수행에 초점을 맞춰 효율적이고 안전한 이동 수단으로서 PBV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PBV의 상용화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온라인 구매를 통한 배송 수요가 증가하고 새로운 배송 체계가 등장하면서 빨라지고 있습니다. 최근 현대차그룹도 목적 기반 자동차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고객층을 확대하면서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모빌리티 서비스 기능의 일부를 담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 기아차 화성 공장 인근에 전기동력 PBV를 생산하기 위한 공장을 착공했고, 2025년부터 본격 가동할 예정입니다. 기아차는 이미 PBV 4개 컨셉트 모델을 선보인 바 있는데, 대부분이 소위 박스 카에 가까운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기업인 카누(Canoo)와 영국기업인 어라이벌, 미국의 퀄컴 등과 협력을 통해 PBV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할 계획입니다. 카누는 기존 배달 차량으로 많이 사용하고 있는 밴 형태의 PBV를 개발해 왔습니다. 어라이벌 차량은 박스 카 형태로 외관에 슬라이딩 도어를 장착해 주차와 탑승이 용이합니다. 퀄컴은 콕핏 플랫폼을 PBV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공급해 스마트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합니다. 기아차는 2030년 연간 100만 대의 전기동력 PBV를 판매해 세계 1위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업체들은 PBV를 개인 고객이 아닌 렌터카 업체와 차량 공유업체 등 한꺼번에 대량의 자동차를 구매하는 업체와 공공기관 및 법인에 납품하고자 합니다. 로보택시, 무인 화물 운송, 이동식 사무실, 공유경제 차량 등 다양하게 차량을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입니다. PBV는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을 사용해 편평한 차 바닥 위에 다양한 공간과 기능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전기차 플랫폼 위에 무엇을 얹는지에 따라 승용차, 택시, 상용차, 화물차, 특장차 등 다양한 형태로 제조할 수 있습니다. PBV는 차량의 높이를 1.8m, 길이를 4~6m까지 조절할 수 있습니다. 또한 PBV는 핵심 가치 중 하나가 군집 주행(Clustered mobility)으로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해 운전자 없이도 주행할 수 있습니다.
PBV는 다양한 형태의 차체와 도어 형태(기존 여닫이와 슬라이드 형태 등)를 채택하고 있으며, 시트의 배열도 자유롭게 바꿀 수 있습니다. 차체 상부에는 태양광으로 충전이 가능한 태양전지 패널을 설치해 충전할 수 있으며, 소비자들은 배터리 용량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360도 자유롭게 회전이 가능한 휠도 장착하고 있습니다. 탑승자들은 차량 내부에서 차체 외부에 장착된 디스플레이를 통해 다양한 정보도 얻을 수 있습니다. PBV는 유지관리 비용이 저렴하고 내구성도 60만km까지 보장됩니다. 이와 함께 무선통신을 활용해 차량용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고 옵션 구독(Features on Demand) 서비스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에서는 GM이 브라이트 드롭이라는 사업부를 신설했으며, 도요타와 르노도 PBV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세계 PBV 시장은 2020년 32만 대에서 2025년 130만 대, 2030년에는 2000만대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미래 모빌리티 환경은 목적 기반 자동차(PBV)의 개발과 상용화로 인해 제품과 공정이 크게 변화할 전망입니다.
글 /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
이항구 원장은 1987년부터 산업연구원에서 자동차와 연관산업 연구에 매진했다. 이후 2020년부터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과 호서대학교 기계자동차공학부 조교수를 겸직했으며, 2023년 2월부터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정리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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