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정 중단된 KBS 사장 선임 절차, 결국 내정설 후보로 가닥

박지은 기자 2023. 10. 10.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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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KBS 이사장의 차기 사장 후보 선출 결선투표 일방 연기부터 여권 추천 이사의 돌연 사의 표명, 여기에 결선투표에 오른 후보 중 한명 사퇴까지. KBS 이사회가 특정 후보를 선임하려다 파행을 빚었는데도, 결국 사장 최종 후보는 박민 문화일보 논설위원일 가능성이 점쳐진다.

10일 여·야 KBS 운영이사 2명은 잠정 중단된 사장 공모 절차에 대해 논의한 가운데 오는 13일 임시이사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현재 KBS 사장 후보는 최재훈 KBS부산총국 기자의 사퇴로 박민 논설위원만 단독 후보로 남아 있다. 야권 추천 이사들이 사장 재공모를 주장하지만, 사퇴한 김종민 전 이사 후임으로 보궐이사가 참석하면 이사회 구도는 여야 6대5로 바뀌고, 박민 후보에 이견을 냈던 여권 추천 이사도 생각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날 이사회에서 사장 임명 제청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사장의 결선투표 일방 연기, 결선투표 후보도 박민 한 명만 남아

이날 운영이사 간 논의 자리에서 여권 추천 이은수 이사는 사장 선임이 그대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야권 추천 정재권 이사는 재공모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해 입장차가 나뉘었다. 두 사람은 13일 이사회에서 △사장 후보를 임명 제청한다 △사장 재공모 절차를 진행한다 등을 의견 주문 대상으로 올리기로 했다. 정재권 이사는 “박민 후보자 1인을 상대로 하는 표결 절차는 이미 종료됐고 절차상 위반이기 때문에 저희(야권 이사 5명)는 반대한다”며 “재공모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이사회에서 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13일 임시이사회에선 지난 5일 사퇴 의사를 밝힌 김종민 전 이사의 후임인 보궐 이사가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6일 오후 6시께 방송통신위원회는 KBS 이사회로부터 김종민 이사의 사퇴서를 접수했고 10일 KBS에 이사 면직 통보 공문을 보냈다. 방통위는 11일 위원회를 열어 ‘KBS 보궐이사 추천에 관한 건’에 대해 심의·의결한다.

이번 KBS 이사회의 사장 선임 파행은 후보 3명 중 최종 후보 1명을 결정하는 투표에서 과반(6명)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당초 지난 4일 이사회는 서류 심사를 통과한 후보자 3명 중 최종 후보를 차기 사장으로 임명 제청하기로 했다. 이날 사장 후보 1차 투표에선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이사회는 합의대로 상위 득표자인 최재훈·박민 후보를 대상으로 결선 투표에 돌입했어야 했는데 서기석 이사장이 직권으로 결선 투표를 6일로 연기했다. KBS 이사회가 앞서 의결한 사장 선임 절차 규칙에 따르면 결선 투표는 최대 3번으로, 3차 투표까지 결정되지 않으면 사장 후보 재공모를 실시해야 했다.

결선 투표 연기 결정에 대한 반발로 야권 이사들이 6일 이사회 불출석을 예고한 가운데 “결선투표에 정권의 뜻과 다른 결과가 나올까 겁을 먹고 연기 결정을 내린 것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여권 이사 가운데 이탈한 표를 설득하기 위해 시간을 번 것”이라는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의 비판 성명이 나오기도 했다. 이후 지난 5일 김종민 전 이사의 갑작스러운 사임 의사가 나오며 정족수 미달로 인한 이사회 개회 자체가 불가능해진 상황이 됐고, 같은 날 최재훈 후보도 사퇴하며 혼란은 가중됐다. 결국 결선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던 6일 이사회는 폐회되며 사장 선임 절차가 중단됐다.

13일 임시이사회 개회… 보궐이사 참석땐 사장 임명제청 이뤄질듯

한편 사장 공모 절차가 중단된 이후 주말과 연휴 사이 사장 선임 절차를 조속히 진행하라는 KBS 내부의 성명과 호소문이 나왔다. 현재 KBS 내부는 이사회가 특정 후보의 사장 선임을 위해 절차를 의도적으로 파행시킨 것으로 사장 재공모를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과 사장 공백으로 인한 경영 불안정성으로 이사회가 조속히 사장을 선출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갈린다.

지난 7일 보수 성향인 KBS노동조합은 성명을 내어 “KBS 앞에 놓인 난제를 해결할 신임 사장 선출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며 “이사회는 즉각 신임 사장 선출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당초 KBS노동조합은 박민 후보자를 반대하며 재공모를 요구하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허성권 KBS노동조합 위원장은 “박민 후보자에 대한 부당함을 얘기 해왔지만, 수신료 분리징수, KBS 2TV 재허가 관련해 지금 사령탑이 나와야 하는 시점이 맞다”며 “한국전력공사와의 협상 등 여러 준비들이 지체되고 있다는 걸 현장에서 확인해 절차적 정당성만 확보된다면 투표, 재공모 상관없이 지금 빨리 사장을 뽑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일 KBS 기자협회장, PD협회장 등 사내 직능단체장 7명도 호소문을 발표해 이사회에 “지금의 심각한 재정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사장을 조속히 선출해 달라”고 했고, 같은 날 대안노조를 내세우며 설립된 KBS 같이노동조합과 KBS 직원 100명·퇴직자 50여명도 각각 성명을 내어 사장 선임 절차를 신속하게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권준용 같이노조위원장은 “사실상 단독후보인 박민 후보자를 지지하는 뜻은 아니며 단독후보자 표결을 하든, 재공모 절차를 밟든 경영공백을 최소화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지난 6일 전국언론노조와 언론노조 KBS본부는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KBS 낙하산 사장 임명 반대 및 재공모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하며 “이사회는 ‘친윤 낙하산 사장’ 졸속 선임 절차를 즉각 중단하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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