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국감' 된 방통위·방심위 국감
수신료 분리징수 등 논의조차 안돼
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막을 올린 10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첫 일정으로 진행된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국감에선 ‘가짜뉴스’를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방통위와 방심위의 ‘가짜뉴스 근절 대책’에 대해 법적 근거가 없는 월권행위라고 비판했고,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포털 등을 향한 더욱 강도 높은 조치를 주문했다.
이날 과방위 국감은 ‘가짜뉴스 국감’, 혹은 ‘뉴스타파 국감’으로 요약할 수 있다. 주질의에 이은 보충질의까지 가짜뉴스 대책 질의가 집중되면서 지난 4~5개월간 김효재(대행)-이동관 위원장 체제 방통위에서 진행된 TV 수신료 분리징수, 공영방송 이사(장) 무더기 해임과 유례없는 방심위원장 해촉 건 등은 제대로 다뤄지지도 못했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방통위 업무현황 보고를 통해 “연내 가짜뉴스 근절 종합계획을 수립하겠다”고 했고, 류희림 방심위원장도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협적 존재인 가짜뉴스의 근절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히면서 ‘가짜뉴스 국감’의 서막을 열었다.
방통위와 방심위가 ‘가짜뉴스 규제’를 역설하는 배경엔 지난해 3월 대선 직전 이뤄진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보도가 있다. 여당 의원들은 “쿠데타”, “이재명 후보를 위해 기획된 총괄 시나리오”라며 뉴스타파를 향해 집중 공세를 폈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자유당의 3·15 부정선거보다 더 치밀하게 계획되고 더 노골적으로 자행된 희대의 대선 공작 사건”이자 “대선을 방해하고 그래서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파괴하려는 쿠데타적인 폭거”라며 “언론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주의나 과징금 정도의 솜방망이 처벌로 넘어가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동관 위원장도 “심증”임을 전제로 “정교하게 기획된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고 비판하며 “만약 이런 사건이 외국에서 벌어졌으면 아마 수천억을 배상하거나 신문방송사 중에 누가 문을 닫거나 아니면 방송사 책임자들이 다 사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타파 관련해 수사가 진행 중이고, 가짜뉴스란 게 섣불리 단정하기 쉽지 않다는 야당 의원들 지적에도 이 위원장은 “뉴스타파는 100% 순 가짜뉴스”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방통위·방심위 ‘가짜뉴스 규제’ 위법 비판에… 이동관 위원장 “적극행정”
뉴스타파 보도를 구실로 방통위와 방심위가 지난 한달 여 동안 추진해 온 가짜뉴스 대책들은 곳곳에서 많은 논란과 함께 파열음을 내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방통위와 방심위의 가짜뉴스 심의·규제가 법에 근거하지 않은 위법적, 위헌적 행위라고 지적하며 향후 직권남용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방심위가 지난달 21일 발표한 인터넷 언론까지 심의를 확대한다는 계획이 대표적이다. 방심위는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지금까지 심의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던 인터넷 언론사의 온라인 콘텐츠(동영상 포함) 관련 불법·유해정보에 대해서도 심의를 확대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불법정보의 유통금지 등)을 자의적으로 해석했을 뿐 아니라 하위 규정인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을 확대해석한 것으로 명백한 ‘월권’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됐다.
이날 국감에 출석한 방심위 상임위원과 현직 국장도 “9월 이전까진 인터넷 신문 보도가 방심위 심의대상이 된 적은 없다”고 밝혔는데, 방심위 자체 법무 검토 결과 또한 인터넷 언론 보도는 심의대상이 될 수 없다는 판단이 나왔음에도 무시된 정황이 드러났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방심위 법무팀 검토보고서에선 인터넷 언론 보도는 통신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으나, 15일 법무팀장이 교체되고 닷새 만인 20일 다시 나온 법무팀 검토보고서에선 통신심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판단이 바뀐 것으로 밝혀졌다. 류희림 위원장은 두 번째 나온 검토보고서의 판단을 근거로 다음 날 인터넷 언론사 심의 확대 계획을 밝힌 것이다. 이에 대해 류 위원장은 “법원 판결도 1심 판결이 다르고 2심 판결이 다르지 않으냐”고 항변했으나, 고민정 의원은 “혹시나 외압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되지 않을 수가 없다”며 방통위와 감사원 감사를 요청했다. 이인영 민주당 의원은 “1대1로 판단이 엇갈리면 제3의 변호사든 법인이든 법제처 같은 국가기관에 유권해석을 한 번 더 의뢰해야 하는데, 이런 과정 없이 답을 정해놓고 드라이브를 건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통신심의 대상이 되는 인터넷 보도 기준을 두고도 “자의적” “오락가락”이란 지적이 쏟아졌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을 근거 삼은 방심위 기준을 적용하면 정보통신망을 통해 유통되는 정보, 즉 온라인으로 전송되는 모든 기사와 영상·콘텐츠 등이 심의대상이 되는 셈인데, 방심위원장이 메이저 언론사는 예외라는 뜻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류희림 위원장은 “조선, 중앙일보 등 페이퍼 신문도 인터넷판은 망을 통해 전송되니 심의위에서 하겠다는 취지인가”라는 변재일 민주당 의원 질의에 “과도한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TV 방송사의 유튜브 영상에 대해서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류 위원장은 주장했다. 변 의원은 “지금 망법을 확대해석해서 망 통해 전송되는 모든 데이터와 영상을 방심위가 심의할 수 있다고 판단해놓고 왜 자의적으로 선택해서 행정을 자기 마음대로 하느냐”고 따졌다. 윤영찬 민주당 의원도 “원칙이 정해지면 모든 대상이 한꺼번에 이야기가 돼서 불법 정보가 있거나 명예훼손이 있으면 다 (심의)해야지, 어떤 언론사가 가지고 있는 매체는 인터넷에 떠도 안 한다? 이건 엄청난 권력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관련 법과 근거 규정이 모호하고 위법성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심위가 지난달 26일 심의전담센터를 출범하는 등 ‘가짜뉴스 심의’를 밀어붙이는 데 대해서 방심위 현직 팀장 11명이 지난 6일 위원장에게 일방적 의사결정 중단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의견서 작성에 참여한 팀장 중 한 명은 이날 국감에 직접 출석해 “위원회는 독립 심의기구로, 심의 결정은 법률 및 규정에 근거를 둬야 한다. 사람이나 위원장이 바뀐다고 해서 그동안 심의하지 않았던 걸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류 위원장은 “내부 민주적인 의견 절차 과정이라 생각한다”면서도 “전체 팀장보다는 일부 팀장의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방통위와 방심위의 가짜뉴스 규제가 법에 근거하지 않아 위법이라는 야당 의원들 비판에 대해 이동관 위원장은 ‘적극행정’이란 표현으로 거듭 반박 논리를 폈다. 이 위원장은 “가짜뉴스에 대한 어떤 정치 사회적인 대응의 시급성에 비추어 볼 때 좀 더 적극적인 행정이 필요하다는 차원에서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방통위의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추진 등이 유언비어 날조·유포 행위 등에 대해 폐간까지 경고한 유신시대 긴급조치 9호를 연상케 한다는 박완주 무소속 의원 지적엔 “그런 일이 다시는 있을 수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며 “유신, 나치 때와 같은 그런 일이 있다면 저도 온몸으로 막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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