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눈] 지방정치, 과거·중앙과 디커플링 절실
중앙, 지방을 하부구조로 인식
잘못된 관행 조속한 척결 시급
창조적 파괴로 발전 이끌어야
혼탁 양상이 극심했던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가 오늘(11일) 밤 드러난다. 선거 결과를 놓고 여야는 어느 때보다 극명한 표정 대비를 보여줄 것이다. 그나마 한 정당은 웃겠지만, 국민의 공감을 얻을지는 미지수다.
사활을 건 싸움이었기에 일반적인 경우라면 패배 정당의 지도부는 존재감을 잃을 개연성이 있다. 지도부 붕괴로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하는 계기로 작용할 여지도 있다. 이런 전망마저 부질없을 수 있다. 지도력 부재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점차 설 자리를 잃고, ‘비주류는 죄인’으로 인식될 정도로 척박한 게 현재의 정치권 상황이기 때문이다.
보궐선거 결과와 별개로 이 지점에서 지방자치의 의미를 새삼 생각하게 된다. 우리 사회는 여차하면 지방정치를 중앙정치의 하부구조로 바꾸는 잘못을 저지른다. 대통령실이나 여의도 정치권은 지방정부·의회를 좀처럼 독립변수로 여기지 않는다.
지방정부·의회의 잘못도 크다. 지방정치를 중앙정치의 하부구조로 보는 인식 못지않게, 지방정부·의회가 중앙정치보다도 나쁜 행태를 보이는 경우도 잦다. 상대적으로 언론의 비판기능과 여론의 감시가 느슷한 틈을 타서 알량한 권력을 누리기만 할 뿐 지방정치는 최소한의 의무적 행태도 태만히 하곤 한다.
이런 사례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서울시의회 주변만 하더라도 최근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들이 이어졌다. 시의회 슬로건 ‘현장 속으로, 시민 곁으로’가 무색할 정도다. 단적인 게 학생인권조례 폐지안 처리를 놓고 펼쳤던 싸움이다. 여야의 몸싸움에 더불어민주당 소속 교육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 의원 3명에 대해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고소하는 사태까지 불렀다. 국민의힘은 야당 몫이었던 예결위원장 선출안을 처리하지 않겠다며 싸움을 키웠다.
이런 와중에 여야의 일부 중진급 시의원들의 일탈은 강도를 더해갔다. 일부 시의원들은 학위 논문 대필 논란과 연구비 사적 유용 논란으로 내부에서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집행기관인 서울시에도 소문이 전해질 정도다. 중앙정치였다면 감시기관이나 유권자들이 결코 용납하지 않았을 행태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지방정치의 긍정적인 사례가 없는 게 아니다. 모범 사례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끄집어내 본다. 10년도 전에 순천만습지 복원과 박람회를 진두지휘했던 노관규 전남 순천시장은 여야 울타리를 넘어서는 방식으로 국내에 정원문화와 지방정부의 성공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 순천의 성과는 전국에서 본받을 만하다.
모두 과거의 잘못에서 벗어나야 한다. 열창으로 이름이 드높았던 가수 윤시내는 1980년대 중반 ‘그대에게서 벗어나고파’라는 노래로 팬들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 노래가 나온 지 몇 년 뒤인 1980년대 후반부터 동유럽은 구소련의 영향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강하게 드러냈다. 요즘으로 말하면 디커플링(탈동조화)을 향한 노력은 세계사의 흐름을 바꾸었다. 한국 정치에서도 여야의 과도한 지방정치 개입을 끊어내는 디커플링이 절실하다. 의도적인 이별과 헤어짐은 또다른 성장을 이끌어내는 법이다. 그게 창조적인 파괴다.
박종현 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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