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클릭 응원 후폭풍과 포털의 책임
위상 걸맞은 책임있는 행동·조치 필요성 제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축구 한국과 중국 경기에서 이루어진 클릭 응원 현상을 보면서 여론조작, 가짜뉴스의 대책 마련 여부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2개의 포털, 네이버와 다음에서 보여준 클릭 응원에 있어서 너무나 판이한 결과가 나타났다. 특히 다음의 경우 3130만건의 응원 클릭 가운데 한국팀 응원은 6.8%인 211만건에 그친 반면 중국팀 응원은 93.2%인 2919만건으로 압도적인 결과를 보였다. 이 클릭 응원에 참여한 이용자의 인터넷주소(IP) 대부분인 95%가 국내 IP주소였지만 해외 IP주소는 5%에 불과했다. 이들이 전체 클릭 응원의 86.9%를 생성한 것이다.
먼저 기술에 대한 판단부터 해보자. 이번에 사용된 가상사설망과 매크로라는 기술은 범죄의 도구인가 하는 이슈이다. 원칙적으로 편의성을 추구하여 만들어진 디지털 기술은 가치중립적으로 보는 것이 옳다. 이번에 사용된 가상사설망과 매크로도 그렇다.
가상사설망은 원격지로부터 업무와 서비스를 우회적 접근하는 데 있어서 매우 편리한 기술이다. 올해 4월 1일 이탈리아가 인공지능 챗GPT에 대한 서비스 접근을 3주간 전격적으로 단절한 적이 있다. 그렇지만 이탈리아 국민은 이 3주 넘는 기간에도 챗GPT에 대한 이용을 중단할 수 없었다. 그래서 가상사설망에 대한 이용이 이탈리아 안에서 폭주했다. 3주가 넘어 챗GPT는 이탈리아 정부의 요구를 수용하여 변경된 서비스를 이탈리아에 재개했다.
매크로는 일련의 반복되는 작업을 한 번에 자동으로 수행해 주는 기술이다. 매크로는 주로 반복된 업무 과정을 간단히 반복할 때 매우 유용하다. 물론 티켓을 예매할 때도 많이 사용한다. 코로나 백신 접종 예약 때 이 매크로의 위력은 드러났다. 인기 연예인의 공연 예매에서도 매크로는 큰 역할을 한다. 골프장을 예약할 때도 매크로를 이용하면 매우 편리하다고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를 이용하는 사회적 계층이 주로 젊은 사람들이거나 디지털 기술에 친숙한 사람들에 한정된다는 점이다. 디지털 이민자인 기성세대나 디지털 약자에게는 오히려 역차별이 이루어진다. 이 대목에서 새롭게 도드라지는 이슈는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의 디지털 윤리의식이다. 이른바 ‘디지털 리터러시’이다. 그러나 추구하는 이득과 목적이 강하면 강할수록 이러한 디지털 윤리, 디지털 리터러시는 맥없이 힘을 잃는다. 그래서 문제의 핵심은 이용자에 대한 기대를 떠나서 자연스레 이용자의 활동무대인 포털로 옮겨간다.
결국 이용자의 활동무대인 ‘포털’이 이용자들의 디지털 리터러시가 가장 근접하게 구현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사실 이번의 클릭 응원 사태에서 포털은 일차적인 책임자임이 분명하다. 네이버는 클릭 응원하는 사람의 로그인을 미리 요구하여 계정 기반 클릭을 받았다. 반면에 다음의 경우 클릭하는 사람에 대한 제한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매우 자유로운, 소수에 의한 반복적인 클릭 현상도 가능한 환경을 제공했다.
이용자들에게 디지털 리터러시를 요구하기엔 험난하고 무리한 현실 상황이 많다. 이럴 경우 법에 의한 강압 조치가 대두되기 쉬우나, 이로 인한 부작용은 ‘계정 실명제’ 등 과거 경험을 통해 이미 여러 번 체험해 보았다. 그렇기에 현실적인 대안은 이용자의 활동무대인 포털이 발생 가능한 상황에 대해 상상력 기반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생태계이자 보이지 않는 새로운 권력과 이익의 중심지로서 포털에게 걸맞은 책임 있는 행동과 조치가 더 많이 요구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김명주 서울여대 교수 정보보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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