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보복판결' 도마에…법원행정처 "판결, 심판 대상 아냐"(종합2보)
'재판 지연·기습 공탁' 지적에 대법원 "개선하겠다"
(서울=뉴스1) 김근욱 박승주 기자 = 10일 대법원 등을 대상으로 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이균용 전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부결에 따른 '공백 사태'가 쟁점이 됐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후보 측이 언급한 '보복판결'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날 여야는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부결로 인한 사법 공백의 책임 떠넘기기 공방을 벌였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법부 신뢰 위기를 초래한 대통령의 잘못된 선택을 국회가 막아선 것"이라며 "이를 비난하면 어불성설 아니냐"고 날을 세웠다. 이에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부결 사태의 책임을 법무부나 지명권자에게 돌리는데 임명동의안 부결은 민주당이 했다"며 "그렇지 않다는 것은 견강부회"라고 반박했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지난달 24일 퇴임했으나 후임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대법원장 공백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대법원장이 재판장을 맡는 전원합의체 진행이 어렵게 됐고 인사권자 부재로 내년 1월1일 퇴임하는 안철상·민유숙 대법관의 후임 제청 절차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은 이와 관련해 "공백 상황이 길어지면 대법원 구성에 공백이 생기고 재판에 안 좋은 영향이 있다"며 "전원합의체 운영도 크든 작든 부분적으로 영향을 받고 권한대행이 대법관 두 명을 제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 있다"고 대답했다. "공백 사태가 빨리 해소돼야 하지 않냐"는 김도읍 법사위원장의 말에 김 처장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 전 후보자 낙마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비상장 주식 신고 누락에 관해 김 처장은 "재산 신고는 법관의 자발적 신고에 의존하는데 제도적으로 고민할 부분이 있는지 따져보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후보자가 30년 동안 걸어온 판결과 생각이 임명동의안 부결 이후에도 낮게 평가되는 부분은 정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둘러싼 질의도 나왔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가 '이번 선거는 대법원의 공익신고자 보복판결을 심판하는 선고'라고 페이스북에 쓰고 이런 내용을 담은 현수막이 강서구 곳곳에 붙었다"며 "정치적 판결이 맞냐"고 물었다.
김태우 후보는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 무마 의혹 등을 폭로하는 과정에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돼 지난 5월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돼 강서구청장직을 상실했다.
이에 대해 김 처장은 "1심부터 3심까지 동일한 결론이 나왔기 때문에 (김 후보자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기존 입장과 같다"면서 "판결 내용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는 평가는 억제하고 삼가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법원 판결이 투표 심판 대상이냐"는 권칠승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도 개인 입장을 전제로 "심판 대상이 아니다"라며 "법원 판단을 존중해달라"고 말했다.
판사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과 관련된 질의도 이어졌다. "판사의 정치적 중립을 헤칠 수 있는 SNS 이용 문제에 대해 검토된 바가 있냐"는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에 김 처장은 "여러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면서도 중립성과 공정성의 외관을 갖춘 규범을 만들기 위해 논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서울중앙지법 박병곤 판사는 지난 8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에게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후 박 판사가 고교·대학 재학 때는 물론 법관 임용 이후에도 현 여권을 비판하고 야권을 옹호하는 글을 올렸다는 논란이 일었다.
범죄자가 법원의 선고 직전 공탁금을 내는 이른바 '기습 공탁'으로 형을 낮추는 행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와 관련, 이탄희 민주당 의원이 "양형 사유에 공탁이 명시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자 이상원 양형위원회위원장은 "진지한 노력의 결과로 공탁이 이뤄졌는가 등을 살펴보도록 규정을 조정하는 등 남용되지 않도록 유의하겠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재판 지연' 문제도 거론됐다. 조수진 국민의힘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받는 송철호 전 울산시장 및 황운하 민주당 의원의 1심 선고가 3년 7개월 만에 이뤄지는 것을 두고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고 질타했다. 김 처장은 "법리적 쟁점이 치열했던 것으로 안다"면서도 "(신속한 재판을 위해) 행정처가 지원하는 방법 등을 모색하겠다"고 답했다.
'오후 6시 재판 종료' 논란에 대해서는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서울중앙지법 법원장이 지난 8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오후 6시 이후 재판이 진행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글을 법원 게시판에 올린 것을 두고 일각에서 "법원장이 노조 압박에 끌려다닌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전주혜 의원이 "노조가 정하는 교섭 대상이 아니지 않느냐"고 묻자 김 처장은 "육아를 담당하는 실무관에 대해 배려를 권유하는 정도일 뿐 강제하는 의미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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