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보약’ 먹은 NC 김영규…무르익는 가을의 꿈
1이닝 무실점…소중한 자극제로
“뒤처지지 않게 더 노력하겠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프로야구 NC 왼손 투수 김영규(23·사진)에게 좋은 자극제가 됐다. 금메달이란 결과만큼, 최고의 기량을 갖춘 선수들과 함께한 ‘과정’에서 얻은 것이 많다. 지난 9일 창원NC파크에서 만난 김영규는 대회를 돌아보며 “이 선수들이 왜 국가대표고, 최고의 선수인지 느꼈던 시간”이라고 말했다.
김영규는 2018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8라운드(79순위)로 비교적 늦은 순번으로 NC 유니폼을 입었다. 프로 첫해에는 퓨처스리그(2군) 경기에만 등판하며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는 이듬해부터 NC의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프로야구 1군 투수에 걸맞은 능력을 갖춰갔다. 프로에 들어와 빠른 공의 평균 구속을 시속 140㎞ 중반대까지 끌어올린 점이 주효했다. 슬라이더 등 변화구의 완성도 또한 해를 거듭할수록 정교해졌다.
NC의 핵심 불펜으로 자리 잡은 지난해 김영규는 72경기에서 2승7패 1세이브 13홀드 평균자책 3.41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올해도 그의 성장세는 꺾이지 않았다. 김영규는 올 시즌 60경기에서 2승4패 22홀드 평균자책 3.20으로, NC 좌완 불펜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소속팀에서 묵묵히 기량을 갈고닦아온 김영규에게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그는 부상 이슈가 있던 좌완 구창모(NC) 대신 항저우 대회에 출전할 야구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생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김영규는 태국전에서 국제무대 데뷔전을 치러 1이닝 무실점 2삼진으로 호투했다. 그는 대표팀의 당당한 일원으로 주어진 역할을 충분히 해내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영규는 “첫 대표팀이라 국제대회가 주는 위압감을 느꼈지만, 멘털이나 자신감 등에서 저한테 정말 도움이 되는 경험을 한 것 같다”며 “최고의 기량을 가진 대표팀 선수들에게 뒤처지지 않으려면 더 노력하고 연구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김영규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창원NC파크에서 열린 한화전에 구원 등판해 올 시즌 가장 긴 2.1이닝을 무실점으로 소화하며 팀의 11-6 승리를 이끌었다. 전날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그는 창원에 자정을 넘겨 도착했다고 한다. 장거리 이동에 피로감이 있을 법한 상황에서도 국가대표다운 깔끔한 투구를 선보였다.
그는 “컨디션이나 체력은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며 “저희 팀 투수들이 많이 지쳐 있는 상태였고, 팀이 이기기 위해 던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영규는 이어 “남은 한 경기, 한 경기가 정말 소중하다. 좋은 기운이 NC에 와서 연승으로 이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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