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문 13번 제출한 정유정 ‘재판부, 반성문 제대로 읽나?’ 의구심 드러내
정유정은 첫 공판준비기일을 앞둔 지난 7월7일부터 최근까지 13번에 걸쳐 반성문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에 재판부는 “계속해서 반성문을 써내고 있지만 그게 반성인지 아닌지 헷갈릴 정도”라고 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6부 재판장인 김태업 부장판사는 다른 사건의 결심공판에 출석한 피고인 A씨의 잦은 반성문 제출과 정유정 사건을 함께 언급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반성문은 재판 시 양형을 정할 때 감경 요소가 될 수 있다.
반성문을 제출한다고 해서 반드시 선처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진지한 반성의 모습을 보이는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유정의 반성문을 본 재판부는 의문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반성문을 제출하면 판사가 반성문을 구체적으로 다 읽어본다”고 밝히면서 앞서 본인의 출생과 성장 과정, 범행 당시 심경과 범행을 결의한 계기, 할아버지와 가족 사항, 반성문에 담긴 학교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 등을 제출하라고 안내하기도 했다.
이어 “본인이 생각하는 걸 표현하는 것까지 좋다”면서도 “반성문은 본인의 처한 상황을 되돌아보고 뭐가 잘못됐는지, 본인의 심정을 차분하게 정리하고 앞으로 어떻게 생활하겠다는 내용들이 들어가야 한다”고 친절히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판부에 그걸(반성문)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본인을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성문 내용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재판부 지적을 보면 정유정 스스로 뭐가 왜 잘못됐는지 정확히 모르는 것으로 보인다. 또 앞으로의 다짐 등도 빠진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 따르면 반성문을 쓸 때 꼭 포함되어야 할 내용은 △자신의 행동(범죄)에 대한 반성과 △피해자에 대한 사죄 △재범 방지 다짐 등이다.
한편 정유정은 자신의 범행 동기에 대해 “가족에 대한 분노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그는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다.
지난 3일 JTBC가 공개한 ‘악인취재기’ 영상에는 정유정이 취재진에 보내온 편지 내용이 담겼다.
이 영상을 보면 정유정은 체포된 당일 호송도중 자신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아버지가 “유정아 왜 그랬냐. 거기(감옥) 가면 편하겠냐”고 묻자, “지금까지 너무 힘들었다. (감옥 가면) 괴롭히는 사람은 없겠지. 있을까?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가족, 친구 그리고 세상 사람들 모두가 자길 괴롭힌다고 주장했다.
이후 정유정은 지난달 4일 취재진에게 편지를 보내 입장을 전했다.
정유정은 해당 편지에서 “지난달 서신 주셨는데 회신이 늦어 죄송하다”고 운을 뗀 뒤 “이곳에서는 우표 한 장도 구매하는 날이 정해져 있는지라 본의 아니게 답장이 늦어지게 됐다”고 적었다.
이어 “공판기일 날 기자님들이 너무 많이 와서 속으로 많이 놀랐다”며 “그만큼 저의 죄가 중하다는 생각에 지금은 반성하며 살아가고 있기도 하다”고 심경을 전했다.
정유정은 JTBC에 편지를 보낸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제가 자주 보는 채널이기도 했고 탐사보도도 몇 번 본 적이 있다. 그렇지만 기자님께서 저에 대해 많이 궁금하신 점들도 있고 회신도 받지 못하시다 보니 할아버지가 거주하시는 집 앞으로 자주 찾아오시고 아버지 회사까지 미행하셨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유정은 공소장에서 의붓할머니가 자신을 오래 학대해 트라우마가 생겨 온전한 사회생활을 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제가 당했던 학대들은 워낙 오래전 일이기도 해서 증거가 없다”면서 “탐사보도에 제가 어떤 일을 겪었다고 말한들 설득력과 증명력이 있을지 의문이 든다. 그래도 저에 대해 어떤 부분이 궁금하신지 해서 답장을 쓰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처서가 지났음에도 더위가 가시지 않는다. 덥고 습한 날씨에도 먼 길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을 것 같다. 시간 내어 서신 보내주셔서 감사드리고 더위 조심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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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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