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마시기 무서울 정도"…엄마들 '갈아타기' 조짐 심상찮다
일반 우윳값 절반 수준인 멸균우유 찾아
동일 제품이면서 30% 저렴한 PB우유도 인기
"우유 가격 오름세가 무서울 정도네요. 아이들이 매일 우유를 찾는데 가격이 너무 올라 부담이 커요."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두 명 키우는 40대 정모 씨는 최근 들어 온라인 쇼핑몰에서 멸균우유를 두 박스(48팩)씩 산다. 아이들이 우유를 좋아하는데 슈퍼나 편의점 등에서 일반우유를 사기엔 값이 올라 생활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정 씨는 “아이들이 맛이 없다고 잘 안찾다가도 일반 우유가 없으니 마신다”며 “이렇게 사 놓으면 한 두 달은 버틴다”고 말했다.
우유는 아이를 둔 부모들의 가격 체감도가 높은 편이다. 영유아들에게 필수적인 영양분이 많아 일정 용량씩 매일같이 마시는 경우가 많아 다른 음료로 대체하기도 어려워서다.
이처럼 최근 우유 가격이 뛰는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이 현실화하면서 서민들의 고민도 커졌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멸균우유 등 국산 일반우유를 대체할 유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멸균우유 수입 규모는 올해 8월(누적)까지 2만5389t(2113만5000달러)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만1850t(1594만3700달러)보다 16.2% 늘었다. 수입액 기준으로도 32.6% 증가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3만1385t(2330만2000달러)의 멸균우유를 수입했는데, 이 추세라면 지난해 수준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멸균우유란 초고온에서 미생물을 죽여 무균 포장한 것으로 일반 우유와 영양분은 같으면서도 상온에서 최대 6개월까지 보관이 가능하다. 대규모 젖소 목장을 운영하는 폴란드, 호주 등에서 수입하는 멸균우유는 인터넷 등에서 L당 가격 1300~2000원가량에 팔고 있다. 국산 냉장 우유 대비 가격이 최대 절반 가까이 싸다. 장기간 유통도 가능하다.
국내산에 비해 맛이 밋밋하고 유익균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를 찾는 소비자들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1일 낙농진흥회가 올해 인상된 우유 원유 가격을 적용함으로 원유 가격을 1L당 88원(8.8%) 올렸다. 앞서 낙농진흥회는 지난 8월 음용유용 원유 기본가격을 1084원으로 결정했다. 이로 인해 흰우유는 L당 3000원에 육박하는 가격에 판매되기 시작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지난 1일부터 ‘나100%우유’ 1L 출고가를 대형마트 기준 3% 인상했다. 대형마트에서는 2900원대, 편의점에서는 3200원 정도로 가격이 조정됐다. 매일유업은 흰우유 4~6%, 가공유 5~6%, 발효유와 치즈는 6~9% 가격을 올렸다. 매일유업은 편의점 판매가 인상은 다음 달 1일부터 반영하기로 했다. 남양유업도 이달부터 ‘맛있는우유GT’(900㎖) 출고가를 4.6% 올린다. 흰우유 외 가공우유와 치즈 등 유제품 가격도 평균 7% 인상한다. 빙그레는 6일부터 바나나맛우유, 굿모닝우유 등의 가격을 올린다. 바나나맛우유는 편의점 기준 1700원에서 1800원으로 100원 오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동일 제품이면서 가격은 30% 정도 저렴한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자체브랜드(PB) 우유를 찾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CU에 따르면 이달 1∼9일 PB 우유 매출은 지난달 같은 기간 대비 48.8% 늘었다. 같은 기간 기성 브랜드(NB) 우유 매출이 1.9%, 우유 제품 전제 매출이 5.0%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PB로의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 것이다.
같은 기간 GS25에서도 흰 우유 기준 PB 제품 매출이 41% 늘어 전체 우유 매출(5.3%↑)을 견인했다. 이밖에 세븐일레븐의 흰 우유 매출 중 PB는 40%, 이마트24 PB는 27%의 매출 신장률을 나타냈다. 현재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흰 우유 PB 제품(900mL∼1L 기준) 가격은 2000원대 중반으로 기성 제품 대비 20% 이상 저렴하다. CU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 부담이 커지며 PB 우유 수요가 많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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