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미관계서 ‘투키디데스의 함정’ 필연적 아니다”
내달 APEC 회의 계기로 방미, 바이든과 회담 가능성 커져
다음달 미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와 미·중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시 주석은 중국을 방문한 미 연방 상원의원들에게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했다.
시 주석은 지난 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끄는 미 상원 대표단을 접견하는 자리에서 “중·미관계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자 관계”라며 “양국이 어떻게 함께 지내느냐에 따라 인류의 앞날과 운명이 결정된다”고 말했다고 인민일보가 10일 보도했다. 시 주석은 이어 “중국은 항상 중·미 공동 이익이 의견 차이보다 크고 양국이 각자 성공을 거두는 것은 서로에게 도전이 아니라 기회라 여겨왔다”며 “ ‘투키디데스의 함정’(신흥 강대국과 기존 패권국의 충돌)은 필연적인 것이 아니며, 넓은 지구는 중국과 미국이 각자 발전하고 번영하는 것을 완전히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또 “나는 ‘중·미관계를 개선해야 할 이유는 1000가지가 있지만 양국 관계를 망칠 이유는 하나도 없다’는 것을 여러 대통령을 포함해 많이 이야기했다”면서 “더 많은 의원들이 중국을 방문하는 것을 환영하며, 양국 입법기관이 더 많은 왕래와 교류로 상호 이해를 증진하고 중·미관계 안정과 개선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 주석의 이날 메시지는 미·중관계 개선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 표현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가 중국을 방문한 미 의원단을 직접 접견한 것 자체가 상징적인 제스처이자 메시지다. 지난 6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방중으로 미·중 간 대화 기류가 형성되면서 장관급의 미 고위 인사들이 줄줄이 방중했지만 시 주석을 직접 만난 것은 블링컨 장관뿐이다. 블링컨 장관 접견 당시 상석에서 회의를 주재하듯 양국 외교라인 인사들을 앞쪽에 나란히 앉혔던 시 주석은 미 상원의원단 접견에서 마주 앉아 대화하는 방식으로 더욱 예우도 갖췄다.
이는 시 주석의 방미와 미·중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미·중 양국은 다음달 11∼17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 주석의 방미와 정상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최근 이와 관련해 “그런 만남이 준비되지 않았지만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이 예상대로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다면 2017년 4월 이후 6년여 만에 미국을 방문하게 된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대면 회담을 갖게 되는 것도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가진 정상회담 이후 1년 만이다. 양국은 지난해 정상회담을 통해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는 듯했으나 올해 초 ‘풍선 갈등’이 불거지면서 다시 냉각기를 거친 뒤 최근 어렵게 대화 기류를 조성해 나가고 있다. 시 주석의 방미 회담은 두 정상이 제3국에서 만나는 것과는 또 다른 의미와 상징성을 가질 수 있다. 댜오다밍 중국 인민대 교수는 “중국은 대중 매파로 여겨지는 미 정치인에게 눈에 띄는 대접을 했고, 이는 중국이 양국 관계에 부여하는 중요성을 보여준다”면서 “시 주석과 그의 만남은 양국 정상회담을 위한 보다 나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말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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