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명 일하는데 ‘노동자 4명’?…매년 늘어나는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조해람 기자 2023. 10. 10.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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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만여곳…4년 새 2배로
근로소득자 ‘사업자’로 위장
세금·근로기준법 회피 목적

노동자를 사업소득자로 위장시켜 서류상 상시근로자 수를 줄이는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수가 12만곳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지난해 이 같은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을 엄단하겠다고 밝혔지만 1년 동안 사실상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다. 조세·노동당국이 방치를 멈추고 적극적인 감독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은 12만4815곳에 달했다. 2021년 10만3502곳보다 늘었고 2018년 기준 6만6850곳에 비하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소득자는 5인 미만이지만 사업소득자를 합산하면 실제 인원은 5인 이상인 사업장이다.

근로기준법상 연장노동수당·노동시간·유급연차·부당해고 등 주요 조항 대부분은 ‘5인 이상 사업장’부터 적용되는데, 사업주들은 이 같은 부담을 피하고자 노동자를 ‘사업자’로 위장 등록하곤 한다.

사회적 논란에도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은 계속 확산됐다. 대기업 규모의 사업장들조차 이 같은 꼼수를 쓴다. 지난해 근로소득자는 ‘5인 미만’이지만 사업소득자까지 더하면 ‘300인 이상’으로 의심되는 사업체는 286곳에 달했다. 2018년 165곳보다 121곳 늘었다.

앞서 국세청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문제에 대해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는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구분을 잘못해 신고된 사업체에 대한 성실제출 안내’만 했다. 국세청은 노동부에 과세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다. 국세청은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면 노동부의 관련 법률 개정이 먼저라고 주장한다.

해외 조세당국은 이 같은 ‘꼼수’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고용주가 의도적으로 노동자를 독립계약자로 분류하면 노동자 1인당 최대 1만달러의 벌금형이나 1년 이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일본 국세청도 노동자를 사업자로 위반시킨 사업장들을 적발해 원천소득세를 납부받은 적 있다.

장 의원은 “국세청이 세금을 제대로 징수할 의무를 방기하는 동안 노동 사각지대는 확대되고 올바른 세금 징수는 어려워지고 있다”며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적극 대응하겠다고 약속한 말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노동부에 과세정보를 제공하고 국세청 자체 사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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