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탐·과탐 모두 치러야 해 학습량 증가, ‘심화수학’ 신설되면 사교육 들썩일 듯
내신 5등급제, 변별력 줄어
자사고·특목고 쏠림 가능성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문·이과 상관없이 모든 학생이 사회탐구와 과학탐구를 치러야 한다는 점이다. 현행 통합수능 체제에서도 수험생은 사탐·과탐 17과목 중 사탐 1과목과 과탐 1과목을 고를 수 있는데 그 비율은 2024학년도 수능 원서접수자 기준 4.0%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문과생은 사탐에서 2과목을, 이과생은 과탐에서 2과목을 선택해왔다. 앞으로 수능 체제가 달라지면 문과생은 과학을, 이과생은 사회를 공부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응시과목이 늘어나는 셈이라 수험생의 학업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과학이 수능에서 필수과목이 되면 사교육을 더 부채질할 것이란 우려도 크다. 과학탐구 일부 과목은 지나치게 어려워 그간 이과를 선택한 수험생들도 물리 등을 꺼렸다. 앞으로는 특정 과목을 피할 수 없는 만큼 인문사회계열 진로를 고른 수험생들이 과학탐구 대비를 위해 학원으로 향하는 일이 늘어날 수 있다.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는 “기존에는 (탐구영역에서) 과목 2개를 선택했는데 통합사회에서는 4과목 이상으로 나오니까 학습량이 훨씬 늘고, 여기에 통합과학까지 하게 되면 (학습량이) 더 늘어난다”며 “이 때문에 학생들이 학원으로 향하는 문제가 악화할 소지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선택과목으로 ‘심화수학’을 신설하는 방안도 사교육을 유발할 수 있다. 심화수학은 ‘미적분Ⅱ’와 ‘기하’를 묶어 절대평가 방식으로 평가한다. 학생들의 수학 학력 저하를 막고, 첨단 분야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취지다. 심화수학이 신설되면 상위권 대학들은 정시모집 전형에 이를 필수과목으로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서울대가 인문계열에서 제2외국어·한문을 필수 반영하는 것처럼 심화수학에 응시해야만 지원할 수 있는 전형도 생길 수 있다. 대학이 심화수학 점수에 따라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도 가능하다. 성 교수는 “상위권 대학들은 자존심이 있어서라도 당연히 심화수학을 필수로 선택할 것이고, 그 영향력은 전체 수험생의 3분의 1까지 갈 수 있다”며 “선택이라고 해도 안 할 수 없는 필수과목의 하나가 된다”고 말했다. 김상우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연구원은 “심화수학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가지 사교육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이런 우려에 대해 “과도한 사교육 유발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개념 학습을 정리하는 수준으로 출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신 9등급제가 5등급제로 바뀌면서 내신 변별력이 줄면 자사고·특목고 쏠림이 심해지고 수능과 대학별고사 영향력이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내신 변별력이 약화하면 상위권 대학에서는 수능 최저를 강화하거나 대학별 고사를 시행하는 등 새로운 시도들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내신을 5등급 평가로 전환하면서 수능에서 9등급 상대평가를 고수한다면 수능 비중이 높아져 특목고 등의 상위권 대학 독점이 강화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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