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목 유불리 논란에 ‘공통수능’ 회귀…고교학점제 ‘흔들’
전 수험생, 사탐·과탐 응시…9등급제·표준점수 성적표 유지
미적분Ⅱ·기하 묶은 ‘심화수학’ 제안…사실상 문·이과 구분
내신 변별력 우려에 상대평가 병기…고교학점제 취지 어긋나
교육부가 10일 공개한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시안의 가장 큰 특징은 ‘선택형 수능’ 체제 완전 폐지다. 2005학년도 수능부터 수험생들은 사회탐구나 과학탐구 중 하나만 골라 수능을 볼 수 있었고, 2022학년도부터는 국어와 수학에도 공통과목+선택과목 체제가 도입됐다. 2028학년도부터는 국어·수학·영어·한국사·탐구영역 주요 과목을 모두 공통으로 치른다. 고교 내신 평가는 2005년 고등학교에 도입된 9등급 상대평가 체제가 5등급으로 완화되고 절대평가를 병기하는 체제로 바뀐다.
■ 수능 사탐·과탐 모두 응시한다
교육부는 국어와 수학, 탐구영역의 선택과목 제도가 수험생의 진로 선택을 돕기는커녕 표준점수를 받기 유리한 과목으로 쏠림을 유발한다고 봤다. 실제로 지난해 수능 사회탐구영역에서 수험생의 32.9%가 생활과윤리를 선택한 반면, 경제를 선택한 수험생은 1.1%에 불과했다. 국어와 수학 영역에서도 더 높은 표준점수를 받을 수 있는 선택과목 쏠림 현상이 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과목이 세분되면서 수능에 반영해야 할 과목이 더욱 늘어나는데, 이를 모두 수능에 반영하면 선택과목별 쏠림이 더 심해질 수 있다.
개편 시안을 보면 국어는 화법과언어·독서와작문·문학을, 수학은 대수·미적분Ⅰ·확률과통계를 각각 묶어 공통과목으로 전 수험생이 응시한다. 사탐·과탐은 고1 공통과목인 공통사회·공통과학을 출제 범위로 하며 전 수험생이 응시한다. 기존 수능 체제에서 문과생은 사탐만, 이과생은 과탐만 응시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2028학년도부터는 이 경계가 완전히 없어진다. 수험생은 사탐·과탐에 동시 응시해야 하는데 두 과목 성적은 성적표에 따로따로 표기된다. 대학들은 입시에서 특정 영역에 가중치를 부여하거나 둘 중 하나만 반영할 수 있다.
교육부는 수학 범위에서 빠지는 미적분Ⅱ·기하를 묶어 ‘심화수학’ 과목을 신설하는 안도 제안했다. 심화수학은 제2외국어/한문 9과목과 심화수학 중 1과목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평가는 절대평가로 한다. 상위권 대학은 심화수학을 필수반영할 가능성이 커 심화수학 선택 여부로 문·이과가 사실상 구분될 수도 있다.
수능 논·서술형 문항 도입 등 근본적 대입제도 개혁 방안은 이번 개편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주요 과목 평가 방식은 상대평가로 유지되고, 표준점수·백분위·등급(1~9등급)이 기재된 성적표가 제공되는 것도 이전과 같다. 서울 소재 주요 대학의 정시모집 비율을 40% 이상으로 확대하도록 한 ‘정시 40% 룰’은 그대로 유지된다.
■ 내신, 사실상 ‘5등급 상대평가제’
고교 내신은 전 학년·전 과목 5등급 상대평가와 절대평가를 병기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2021년 2월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에서 고1이 배우는 공통과목은 9등급 상대평가를 유지하고 2~3학년 선택과목은 전면 절대평가를 시행하겠다고 했다. 지난 6월 발표한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에서도 이 방침은 변화가 없었는데 4개월 만에 결정이 뒤집혔다. 이에 따라 1등급 상위 4%, 2등급 4% 초과~11%, 3등급 11% 초과~23% 등이던 내신 9등급제는 1등급 상위 10%, 2등급 10% 초과~34%, 3등급 34% 초과~66% 등으로 바뀐다.
교육부는 절대평가가 전면 도입되면 고1 내신이 대입에서 중요해지며 2~3학년 과정이 황폐해질 수 있다고 봤다. 절대평가 도입으로 ‘성적 부풀리기’가 나타나면 내신 변별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반영했다.
반대로 고교학점제 취지와 학생 수 감소를 고려하면 9등급 상대평가제도 유지하기 어려우므로 절충안을 택했다는 것이 교육부 설명이다. 9등급제하에서는 1등급이 상위 4%에 불과해 농어촌 등 소규모 학교나 학생들이 덜 선택하는 소인수 과목은 내신 1등급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0일 브리핑에서 “학년별로 다르게 설계된 내신 평가 방식은 공정하지도 상식적이지도 않다”며 “일관된 5등급제를 도입하고 상대평가 등급을 함께 기재해 대학이 고교 내신에 신뢰를 가지고 평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절대평가와 상대평가가 병기되는 체제지만, 입시업체와 전문가들은 대부분 대학이 상대평가 등급을 입시에 반영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9등급제가 5등급제로 완화되기는 했지만, 사실상 전 학년 전 과목에 상대평가가 유지되는 것이다. 학습 부담과 내신 경쟁이 과도해지고 고교학점제 취지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는 “상대평가 체제에서는 많은 학생이 듣는 과목이 등급을 받는 데 유리하기 때문에 과목선택권을 안 주는 것이 입시에서 유리하다”며 “학교로서는 교육과정을 다양화하는 것이 입시에 오히려 불리하기 때문에 이 정도면 고교학점제를 하지 말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남지원·김나연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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