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도 바이든도 지긋지긋”…사람 몰리는 ‘제 3후보’ 누구?

김제관 기자(reteq@mk.co.kr) 2023. 10. 10.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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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디 무소속 출마’ 미 대선구도 변수로
[사진 = 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싫다. 민주당도, 공화당도 마음에 안 든다. 새로운 인물, 제 3의 정당 없나.”

미국 대선이 내년 11월로 다가왔지만, 유권자들이 마음은 싸늘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우외환으로 리더십 위기를 맞고 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각종 소송에 휘말린 상다. 일찌감치 바이든-트럼프 양자대결을 점쳤던 언론과 정치권에서도 최근 ‘제 3후보’ ‘제 3정당’이라는 단어가 심상찮게 나오고 있다.

미국 민주당의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내년 대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고 본격 선언하면서 제 3후보가 미 대선에 가져올 파급력에 관심이 쏠린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미 정치 명문가인 케네디 가문의 일원인 케네디 주니어는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서려던 계획을 접고 무소속 후보로 출마하겠다고 발표했다.

내년 11월 대선에서 양당 유력 주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턴 매치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케네디 주니어 외에도 제 3후보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진보적 신학자이자 흑인 사회운동가인 코넬 웨스트 유니언 신학대 교수는 최근 소속 정당인 녹생당이 아닌 무소속으로 내년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 AP 연합뉴스]
중도 성향 정치단체인 ‘노 레이블스’도 내년 4월 독자적으로 대선 후보를 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후보로는 ‘한국 사위’로 알려진 래리 호건 전 메릴랜드 주지사, 조 맨친 민주당 소속 연방 상원의원, 존 헌츠먼 전 유타 주지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양당의 후보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제 3후보에 투표할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라고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분석했다. 폴리티코는 “두 주요 정당 후보의 인기가 없을 때 제3당 투표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며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 두 호보의 호감도가 낮아 투표자 중 6% 가량이 제3당에 투표했다”고 전했다. 반면 지난 2020년 대선에서는 제3당 투표 비중이 1.8%에 불과했다. 양당 지지자들은 바이든의 고령, 트럼프의 사법리스크를 우려하고 있다.

기성 정치에 실망한 양당 지지자들이 제 3당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주 갤럽의 여론조사 결과 제3당이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은 63%로 1년 전보다 7%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03년 첫 설문조사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메이저 양당이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은 34%로 같은 기간 6%포인트 떨어졌다.

제 3후보가 선거에서 실제 당선될 가능성은 낮지만 판세를 결정하는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돼 양당은 긴장하고 있다.

특히 제 3후보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더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노 레이블스가 중도 성향 유권자들을, 웨스트 후보는 진보 성향 유권자들을 끌어들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 1일 인터넷 언론 프로퍼블리카가 공개한 인터뷰에서 노 레이블스를 이끄는 조 리버먼 전 상원의원에 대해 “그는 그렇게 할 수 있는 민주적인 권리가 있지만 그것은 다른 사람을 도울 것”이라며 “그도 그것을 알고 있으며, 나는 그의 정치적 결정이 실수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반대로 공화당 후보로 유력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극우층의 표 분산 효과로 불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케네디 주니어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반대에 앞장서고 우크라이나 개입 반대 목소리를 내며 공화당에서도 적지 않은 호감을 얻고 있어 공화당의 경계심은 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로나 맥대니얼 공화당 전국위원회 회장은 케네디 주니어의 무소속 출마 소식에 즉각 성명을 내 “그는 또 한 명의 급직적인 극좌 민주당원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선거캠프의 스티븐 청 대변인도 “유권자들은 보수적인 가치를 가진 척하는 사람에게 속아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갤럽 여론조사에서도 공화당원들이 제 3당의 출현을 더 많이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주 갤럽 조사 결과 공화당원 중 58%가 양당이 실망스러우며 제3당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는 1년 전보다 13%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반면 민주당원 중에서는 46%가 제 3당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1년 간 상승폭도 6%포인트에 그쳤다.

특히 케네디 주니어는 무소속 후보로 역사상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폴리티코는 1992년 기업가 출신 로스 페로 후보가 대선에 출마해 약 19%의 득표율을 기록한 이후 케네디 주니어가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무소속 후보가 될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두 차례 여론조사에서 케네디 주니어는 3자 구도에서 양측 지지층을 고루 흡수하며 10%대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화당 성향의 여론조사업체 에션론 인사이트 조사에서 케네디 주니어는 민주당원 13%, 공화당원 9%, 무당파 유권자 23%의 지지를 받으며 바이든 대통령 지지표를 더 많이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난주 발표된 로이터·입소스 조사에서는 민주당원 9%, 공화당원의 13%, 무당파 유권자 24%의 지지를 얻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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