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강요된 효?…5년간 진단서 제출한 '미성년자 장기기증' 8건뿐
다음은 저희가 단독 취재한 소식입니다. 장기 기증, 박수받아 마땅한 일이죠. 그런데 몸도 생각도 자라는 중인 미성년자의 장기 기증은 어떨까요. 우리나라 미성년자 장기 기증, 10년 간 500건이 넘는데, 거의 대부분 가족에게 특히 부모에게 기증했습니다. 부모에게 '효'를 다 한다, 물론 중요한 일이죠. 그렇지만 세계보건기구, WHO는 미성년자 장기기증 아예 금지하고요. 독일, 프랑스는 부모가 동의해도 못하게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식 된 도리 때문에 미성년자 장기기증을 당연시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때란 지적이 나옵니다. 16살만 넘어도 간·신장 기증할 수 있고, 14~15살도 골수 기증할 수 있고요. 이걸 의사 판단이 아니라 가족끼리 알아서 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렇다 보니 자기 뜻과 무관하게 장기기증까지 한 건 아닌지 따져봐야 하는 사례들도 있습니다.
최규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복지부는 2021년 생존자 장기기증 대상에서 미성년자를 제외하는 지침을 만들었습니다.
뇌사자나 배우자, 친척, 형제 순으로 기증하고, 미성년자는 가장 마지막 순서로 규정했습니다.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가족의 강요로부터 미성년자의 자기결정권을 보호한다는 취지입니다.
불가피한 경우 의료 진단서나 사유서를 제출하도록 명시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5년간 미성년자 장기기증 176건 중 진단서를 제출한 경우는 단 8건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152건은 사유서로 대체했고, 지침이 생기기 전엔 어떤 서류도 없이 16건이 통과되기도 했습니다.
실제 사유서에 어떤 근거가 담겼는지도 살펴봤습니다.
"미혼인 여성 형제의 몸에 흉터가 생길까봐".
"성인인 형제 자매들이 학업과 진로를 바꿔야해서".
대부분 의학적 이유와는 거리가 먼 내용입니다.
"기증자의 의사가 강하다"는 이유로 다른 가족들은 검사조차 받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 3년간 사유서 84건 중 의학적 근거가 기재된건 17건 뿐.
국립장기조직혈액원은 대기자 사망 문제 등으로 한계가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국립장기조직혈액원 관계자 : 보호자 동의를 얻는데. 가장 중요한 문제는 뭐냐면 혜택을 보는 사람이 이식을 받아야 할 보호자 본인인 거예요. 그럴 때가 대부분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문제는 장기 기증한 미성년자들에 대한 사후 관리도 없다는 점입니다.
진료비 지원 제도가 있지만 친족 간 기증은 "순수성에 차이가 있다"는 이유로 제외됩니다.
앞서 지난해 5월 국회에서 연령제한을 16세에서 19세 이상으로 높이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일부 시민단체 등은 "미성년자도 충분히 자기결정권이 있다"며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10년간 미성년자 장기를 받은 사람의 72.2%는 뇌사자 기증 대기 등록조차 안 했습니다.
[한정애/국회 보건복지위 위원 : 16살이거든요? 16살이면 2007년 태어난 아이들이래요. 미성년자가 정말로 자기 결정을 한 것이냐, 굉장히 어른들로서는 좀 미안해해야 되는 상황이다…]
국립장기조직혈액원은 미성년자 기증은 상담평가 등으로도 종합 판단한다며 연령제한을 높이는데 공감한다고 했습니다.
[영상디자인 이창환 이수비 한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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