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패배시킬 것” “인질 한명씩 처형”…극단 보복전 격화하는 이팔 전쟁
“이스라엘이 우리 국민을 표적으로 삼는다면 우리가 붙잡고 있는 민간인 인질을 한 명씩 처형할 것임을 선언한다.”(아부 우바이다 하마스 대변인)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최소 900명의 자국민이 숨진 이스라엘이 ‘피의 보복’에 나선 가운데 네타냐후 총리는 “힘으로 하마스를 물리칠 것이며 (이번 전쟁을 통해) 중동을 변화시키겠다”는 공격 의지를 밝혔다. 이스라엘은 전쟁 시작과 함께 예비군 30만 명을 동원한데 이어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를 전방위로 포위하고 있어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하마스는 이스라엘에서 끌고 온 민간인 인질들을 ‘인간 방패’로 삼겠다고 위협하는 등 극단적인 보복전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 “하마스 지휘부 제거 작전 착수”
전쟁 나흘째인 10일(현지 시간) 현재 양측의 사망자는 1700명에 육박했다. 이스라엘 현지매체 하레츠는 이스라엘 보건당국을 인용해 이날까지 이스라엘인 약 900명이 숨지고 2400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이날 브리핑에서 “하마스가 침투한 가자지구 접경지를 장악하고 남부지역 통제권을 거의 회복했다”면서 민간인 사망자와 별도로 하마스 무장대원의 시신 1500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사상자도 크게 늘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이날까지 770명이 숨지고 3700여 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궤멸을 목표로 대대적인 설욕전을 준비하고 있어 사망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지휘부 암살 작전에도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 고위 관리는 “서방이 (테러단체) IS에 했던 것처럼 하마스를 겨냥해 모든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이는 하마스의 지도부와 전투원을 제거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하마스를 압박하기 위해 가자지구에 대한 ‘고사 작전’도 시작됐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9일 “전기도 식량도, 연료도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이 닫힐 것”이라며 “인간의 탈을 쓴 짐승과 싸우고 있기 때문에 그에 맞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봉쇄 정책으로 2007년부터 생필품과 의약품 반입이 제한된 가자지구에 전기, 식량, 연료 공급이 추가로 제한되면 주민 약 237만 명은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 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주민 약 12만 명이 이미 피난길에 올랐다고 집계했다.
● “지상군 투입” 공언해도 걸림돌 많아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에 대한 ‘끝장 보복’을 선언한 만큼 가자지구에 이스라엘 지상군이 투입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미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8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우리는 (가자지구에) 진입해야 한다”며 “이스라엘이 중동에서 나약함을 보여줘선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통화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지상 작전 계획을 만류하지 않았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지상군 투입을 실행하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다. 우선 가자지구로 끌려간 인질 약 150명이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리처드 헤흐트 이스라엘 방위군 대변인은 이날 “인질을 죽인다고 상황이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무리한 작전으로 인질들이 연이어 살해될 경우 국내외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하마스는 이날 이스라엘의 폭격에 따라 19세 이스라엘 군인을 포함해 인질 4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이스라엘의 약점을 공략하고 있다. CNN과 워싱턴포스트(WP)도 자체 영상 분석을 토대로 이스라엘인 4명이 살해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대규모로 희생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걸리는 대목이다. 가자지구는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인 데다 하마스 대원들이 민간인 틈에 깊숙이 숨어있어 공격 대상을 식별하기 어렵다. 이스라엘이 2014년 병력 6만 명을 가자지구에 파견해 하마스와 전쟁했을 때 팔레스타인인 2000여 명이 사망했다. 민간인 희생이 속출하면 국제 여론이 이스라엘에 불리하게 바뀔 수 있다.
지상전이 장기화될 경우 이번 전쟁에 일부 참전한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와 두 단체를 후원하는 이란으로 전선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하마스 고위 관계자는 이스라엘 현지 언론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에 “이란과 헤즈볼라는 이번 공격에 관여하지 않았지만 가자지구가 위기에 처하면 전쟁에 개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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