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예비군이 진짜 정예인 이스라엘

배성규 논설위원 2023. 10. 10.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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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양진경

프러시아는 1807년 나폴레옹에게 패한 뒤 영토를 빼앗기고 상비군도 4만2000명으로 제한됐다. 군사력을 키우려 군 수뇌부가 짜낸 아이디어가 예비군이었다. 4만여 명을 징집해 훈련한 뒤 귀가시키고 새로 징집하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상비군의 3~4배에 이르는 예비군을 키웠다. 훗날 프로이센-프랑스 전쟁에서 설욕하는 토대가 됐다.

▶예비군을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은 대영제국이다. 전투 경험과 자질을 갖춘 장교를 미리 키우려 반민반군(半民半軍)을 뽑았다. 평소 생업을 하며 군사훈련을 치르고 급여의 절반을 받았다. 전시가 되면 현역으로 투입돼 신규 부대를 지휘했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후 1200만명이던 정규군을 150만명으로 줄이면서 예비군을 85만명 뒀다. 6·25 때 한국에 보낸 병사의 3분의 1이 예비군이었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에도 수십만 명을 파병했다. 연간 38일 훈련을 받고, 급여·교육·의료·연금 혜택에 진급도 한다.

▶예비군 최강국은 이스라엘이다. 병역 자원이 부족한 이스라엘은 예비군을 46만여 명 두고 있다. 현역(17만명)의 2.5배다. 남녀 모두가 2~3년씩 현역 복무한 뒤 여성은 34세, 남성은 40~45세까지 예비군으로 연간 55일을 훈련한다. 말이 예비군이지 현역보다 전투 경험도 많고 숙련도도 높은 핵심 전력이다. 전투기 조종, 특수 작전, 정보 분석 등에선 역할이 절대적이다. 예비군 장교가 현역을 지휘하기도 한다. 1973년 4차 중동전쟁 때 밀리던 전세를 뒤집은 것도 뒤늦게 투입된 예비군이다. 2014년 하마스와 충돌할 때도 예비군 4만명이 상대 땅굴과 요새, 무기고를 찾아 공격하는 데 앞장섰다.

▶이스라엘 예비군 상당수는 현역 때 함께한 부대원들과 같이 복무한다. 최소 20년 동안 전우애를 키운다. 가족이 말려도 “전우들이 전장에 있는데 나만 빠질 수 없다”며 자발적으로 나선다. 하지만 지난 7월 네타냐후 총리의 사법부 무력화 입법 후 균열이 생겼다. 전투기 조종사, 특수 부대원 등 예비군 수만 명이 법 통과에 반대하며 복무 거부 운동을 벌였다. 그러자 하마스와 이란 혁명수비대가 은밀히 만났고, 레바논 무장 단체 헤즈볼라는 접경 병력을 늘렸다. 이스라엘 안보의 틈을 본 것이다.

▶하지만 하마스가 기습 공격하자 예비군이 다시 뭉쳤다. 국내는 물론이고 전 세계에서 유학생·사업가 등이 “조국을 구하겠다”며 자발적으로 귀국했다. 네타냐후를 비판했던 베네트 전 총리도 51세에 예비군으로 합류했다. 그렇게 30만명이 모였다. 이스라엘의 진짜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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