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군 파병 없다” 선 그은 미국, 이란 등 확전 리스크 차단 안간힘
미국이 이란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가담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또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테러 행위로 규정하면서 이스라엘에 미 지상군 파병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외정책이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이은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발발로 시험대에 오르자 ‘중동 전쟁’으로의 확전을 막기 위해 골몰하는 양상이다.
찰스 브라운 미 합참의장은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위기에 이란이 개입하지 말 것을 경고하면서 사태 확전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거듭 약속하면서도 미 지상군 투입 등 전쟁 직접 개입을 시사할 수 있는 행위에는 선을 긋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전화브리핑에서 미국이 이스라엘의 안보 지원 요청에 신속하게 응답하고 있다면서도 “미국 지상군을 이스라엘에 배치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미국인 최소 11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하면서 하마스의 공격에 대해 ‘전쟁’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테러 행위”로 규정했다.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 정부와 달리 ‘전쟁’ 용어 사용을 자제하고 이란 개입설에도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데는 이번 사태가 중동 다른 지역의 분쟁으로까지 비화할 가능성을 막으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란이 후원하는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겨냥해 박격포 공격을 시작한 가운데 이란까지 본격 개입할 경우 사태 확전으로 중동 지역 전체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 우크라이나에 이어 중동까지 두 개의 전선을 마주해야 하는 상황은 대선을 1년여 앞둔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큰 정치적 부담이다.
이번 사태로 인해 바이든 정부의 중동 외교 구상에도 균열이 생길 조짐이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철군 이후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국교 정상화 등 ‘중동 데탕트’에 속도를 내며 지역의 안정화를 추진했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갈등 격화로 아랍권이 다시 규합하게 되면 외교 동력은 사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우방국 사우디와 이스라엘을 연결해 이들과 이란과 역내에서 세력을 키우는 중국을 동시에 견제하려던 구상도 좌초될 위기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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