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간 투자수익 조작했다... 회장님 일가 734억 편취한 PB
11년 동안 한 벤처 캐피털 기업 일가의 자산을 관리하면서 펀드 수익을 낸 것처럼 조작해 734억원을 편취하고, 손실을 숨기기 위해 피해자 명의로 대출을 받거나 주식을 매매한 혐의로 미래에셋증권 소속 프라이빗 뱅커(PB·Private Banker) 윤모(56)씨가 기소됐다. PB는 고객의 자산 관리를 전담하는 금융 전문가로, 기업 일가의 신뢰가 두터웠다고 한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제2부(부장 박건영)는 이날 자본시장법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사문서 위조 및 행사,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윤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윤씨는 지난 2011년 12월부터 작년 1월까지 약 11년 동안 A 기업 회장 일가 17명에게 펀드 수익률을 부풀린 문서를 허위로 제공하고 734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들이 자신을 신뢰해 직접 펀드 수익률을 확인하지 않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현재 펀드 잔고와 수익금 등을 차감한 실제 피해액은 111억원인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그는 ‘수익률 10%가 보장되는 비과세 펀드’라고 속여 피해자들을 펀드에 가입시킨 뒤 허위 수익률이 적힌 문자, 이메일 등을 피해자들에게 전송했다고 한다. 증권사에서 자동 발송되는 정보를 차단하기 위해 전산상 고객 정보에는 가짜 이메일 주소를 등록하기도 했다.
윤씨는 손실을 숨기기 위해 피해자들 명의로 대출받거나, 주식을 사고판 혐의도 받는다. 윤씨는 지난 2016년 12월부터 작년 1월까지 출금요청서를 위조해 피해자들 계좌에서 143차례에 걸쳐 230억원을 인출했다. 윤씨는 이 돈을 투자자들에게 수익금 명목으로 지급하거나 주식 투자에 사용했다고 한다. 2016년 6월부터 2020년 9월까지는 증권담보융자신청서를 위조해 148차례에 걸쳐 투자자들 명의로 127억원을 대출받기도 했다.
윤씨는 2012년 1월부터 작년 2월까지 피해자 명의의 주식주문표를 위조해 7105차례 주식을 매매함으로써 그 과정에서 나온 수수료 37억원의 손해를 가한 혐의도 받는다. 지난 2017년 10월 일부 피해자의 계좌에서 임의로 3억3500만원을 인출해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거나 자신의 생활비 등에 유용한 혐의도 있다.
A 기업 일가는 11년 동안 자신들의 자산 현황을 한 번도 직접 확인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작년 2월 윤씨가 A 기업 대주주인 일부 피해자의 지분을 임의로 매각하면서 범행이 드러났다. 대주주인 이들의 지분 변동 내역이 공시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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