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에 외면받는 비극... 아프간 강진 사상자 4500명
지난 7일(현지 시각) 규모 6.3 강진이 발생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사망자가 25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생존자를 구조할 수 있는 골든 타임 72시간이 지나 인명 피해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으로 국제사회 이목이 쏠리면서, 가뜩이나 고립된 아프가니스탄의 비극이 더욱 외면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9일(현지 시각) 스페인 EFE통신에 따르면 이날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부는 지진으로 인한 사상자가 4500여 명(사망자는 2400여 명)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날 아프간 정부가 사망자 수를 2445명으로 발표한 이후 구조대원들이 시신 350구를 추가로 발견했다”고 전했다. BBC는 아프간 정부가 지진 피해 지역의 인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사망 인원을 추정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린 사람이 많아 앞으로 사망자가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세계보건기구(WHO)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남성들이 (일을 하기 위해) 집 밖에 나와 있던 오전 11시쯤 지진이 발생해 사상자 대부분은 집에 있던 여성과 어린이들”이라고 했다.
미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지난 7일 헤라트주(州)에서 일어난 규모 6.3 지진 이후에도 규모 4.3에서 6.3 사이 여진이 여덟 차례 뒤따랐다. EFE통신은 “이번 지진은 아프간에서 발생한 지진 가운데 역대 넷째로 강했다”며 “탈레반이 2021년 아프간을 다시 장악한 이후 발생한 재난 가운데 최악”이라고 전했다.
아프간 당국은 구호 작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탈레반 정부가 대규모 재난을 수습한 경험이 없는 데다, 재집권 이후 서방 제재로 고립이 심화되면서 해외 원조가 끊겨 경제난도 덮친 탓이다. EFE통신은 “아프간 정부가 주민들의 구조 지원 요청에도 이에 필요한 장비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급기야 헤라트주 주민들이 맨손과 삽으로 잔해를 걷어내고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물라 자난 사예크 아프간 재난관리부 대변인은 “35팀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고, 상황이 매우 긴급하다”며 “모든 종류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이번 아프간 지진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은 지난 2월 튀르키예·시리아 지진과 지난달 모로코 지진에 비하면 거의 무관심에 가까울 정도로 적은 상황이다.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당시엔 105국과 16개 국제 단체가 구조대 파견과 구호품 지원에 나섰는데, 이번 아프간 지진에는 중국과 파키스탄 등 극소수 나라들만 구호에 나서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웃 나라 이란이 구조 팀 약 20명과 탐지견 두 마리를 보내겠다고 제안한 것을 제외하면, 다른 나라들은 인적 지원 없이 의약품과 식량 등 물자 지원에 머물고 있다.
지난 7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이 발발하면서 아프간의 재난이 국제사회의 관심에서 멀어져 묻혀 가는 형국이다. 아프간 당국자는 “여전히 많은 사람이 무너진 건물 아래 깔려 있고, 우리의 우선순위는 그들을 잔해 밖으로 꺼내는 것”이라며 구조 지원을 요청했다. AP통신은 “강진 피해 복구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겨울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와 식량난을 비롯한 아프간의 여러 문제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마크 콜더 월드비전 아프가니스탄 대변인은 “인도주의 단체들이 구호 작업을 할 순 있지만, 국제사회의 자금 지원이 없으면 역부족”이라며 “세계는 지금 아프간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CNN에 말했다. 이 외에도 유니세프, 세이브더칠드런, 적신월사 등도 아프간 지원에 나서며 국제사회의 동참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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