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료 못 사서 연구 못할 수도…” R&D 예산 삭감에 한숨 깊어진 대학생들
대응TF, 감축 철회 촉구 나서
“이대로라면 국내에서 연구자로 성장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 재학 중인 학부생 박지원씨는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대폭 삭감에 고민이 깊다. 내년도 예산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미 계속과제 중단 예정을 통보받았다는 연구실 이야기를 전해들은 터다. 박씨는 예산 감축이 자신을 비롯한 학생 연구원들의 미래에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고 밝혔다. 그는 “양자컴퓨터 분야로 대학원 진학을 하고 싶었지만, 인건비 삭감 기조가 지속된다면 국내에선 진학이 어렵지 않을까”라고 했다.
이공계 대학생·대학원생들이 올해보다 16.6%(5조2000억원) 감축된 내년도 R&D 예산안을 반대하고 나섰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UNIST 학부 총학생회 등으로 구성된 ‘R&D 예산 감축 대응 대학(원)생 TF(R&D대응TF)’는 10일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예산 감축 결정 철회를 정부에 촉구했다. R&D대응TF는 “서울대 물리학 전공 대학원생 수가 2년 새 20명 가까이 줄어들었고, 석·박사 통합과정은 미충원되는 등 이공계 기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삭감 결정으로 의대 쏠림 현상이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R&D 예산 삭감으로 가장 먼저 학생 연구자의 일자리가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했다. 정두호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지부장은 “삭감으로 시료를 못 사서 연구를 못하거나, 논문 심사비가 줄어 논문 발표를 못하거나, 참여 프로젝트가 엎어지는 등 연구자의 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충남대에 재학 중인 한 학부생은 “아직 예산안이 반영되지 않았는데도 기업이 투자금을 회수하는 등으로 연구실 규모가 축소된 사례가 셀 수 없이 많다”면서 “기초연구 악화 및 미래 연구 인력의 경쟁력 약화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R&D대응TF는 지난달 21일부터 지난 9일까지 서울대·UNIST·포항공대 등 26개 대학 및 대학원 이공계생 6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98.9%(604명)가 기초연구 예산 감축에 반대했다고 답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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