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에 지상군 투입 임박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갈등이 10일(현지시간)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를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에 비유하며 ‘피의 보복’을 예고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에서 붙잡은 인질을 처형하겠다며 맞불을 놨다. 국제사회도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분열하고 있고, 중심을 잡아야 할 유엔은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를 향해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퍼부었다. 이스라엘군은 전날부터 이날 새벽까지 가자지구 주요 도시 칸 유니스 등 200곳 이상에 폭격을 가했다고 발표했다. 또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주변에서 약 1500구의 하마스 대원 시신을 수습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인 리처드 헥트 중령은 “가자지구 경계에 대한 통제권을 대부분 회복했다”고 말했다. 다만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이스라엘 공격으로 팔레스타인인 770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하마스는 지난 7일 이스라엘 남부를 급습해 납치한 인질들을 ‘인간 방패’로 내세웠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아부 우바이다 하마스 대변인은 9일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민간인 주택을 사전 경고 없이 공격할 때마다 이스라엘 민간인 1명을 죽이겠다”고 위협했다. 미 CNN은 하마스와 관련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된 영상을 분석한 결과 이스라엘 민간인으로 추정되는 시신 4구가 바닥에 나뒹구는 장면을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이 임박했다는 보도도 이어졌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대국민 TV 연설에서 “하마스가 저지른 잔혹 행위는 IS 이후 한 번도 보지 못한 참극”이라며 “테러리스트들은 어린이들을 묶고, 불태우고, 처형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우리는 문명세계가 IS를 물리쳤던 것과 똑같이 하마스를 무찌를 것”이라고 말했다.
가자 접경 장악한 이스라엘군…“하마스 대원 1500명 사살”
가자지구에 연일 맹폭…팔레스타인 “주민 770명 사망”
레바논 헤즈볼라도 산발적 공격, 전선 확대 우려 커져
네타냐후 총리 연설 이후 가자지구 경계에는 이스라엘군 수만명이 집결해 지상군 투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왔다.
미 매체 악시오스는 네타냐후 총리가 지난 8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가자지구에서 지상 작전을 펼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으며, 바이든 대통령 또한 네타냐후 총리를 말리지 않았다고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외신들은 이스라엘에 침투한 하마스 대원 상당수가 사망하거나 붙잡혔지만,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을 겨냥한 미사일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당국은 하마스 공격으로 지금까지 900명이 사망하고 240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현재 이스라엘 남부와 가자지구 경계에 형성돼 있는 전선이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이날 이스라엘 북부에 산발적인 공격을 감행했다.
레바논 국영 매체들은 일제히 “레바논 남부에서 수도 베이루트로 향하는 도로가 충돌을 피하려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고 보도했다. NYT는 “전선이 확대될 것이란 두려움이 이스라엘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사회도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양분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 5개국 정상들은 이날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하마스의 지독한 테러 행동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하마스의 테러 행위엔 어떠한 정당성과 적법성도 없다”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이스라엘 노력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중재로 이스라엘과의 수교 협상을 진행하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이날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통화하며 팔레스타인을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사우디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급습 이후 메시지를 아끼며 중립적 태도를 보여왔지만, ‘아랍의 수호자’ 역할을 자처하는 만큼 팔레스타인 손을 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빈살만 왕세자는 ‘하마스’라는 단어를 사용하진 않았다.
전 세계가 ‘5차 중동전쟁’을 우려하는 동안 이를 제어해야 할 유엔은 제구실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8일 비공식 협의를 열었지만, 참가국 견해차로 공동성명문 하나 채택하지 못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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