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尹정권 막아라”vs“與에 힘실어라”…강서구 막판민심은?
정권 심판론 vs 민주당 견제론…쪼개진 ‘오리무중 민심’
(시사저널=정윤경·이동혁 인턴기자)
"윤석열 정부가 이 모양인데. 열받아서라도 투표장 가야지."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 지지자)
"대통령이 있는 당이 되는 게 정상이야. 밀어 줄 생각을 해야지."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 지지자)
10일 구청장 보궐선거를 하루 앞둔 강서구의 민심은 '윤석열 대 이재명'의 대리전과도 같았다. 여론은 '정권 심판론'과 '민주당 견제론'으로 쪼개져 팽팽하게 맞서는 분위기였다. 총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번 선거가 수도권 민심 풍향계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시사저널은 이날 정오부터 3시간 동안 까치산역·화곡역·염창역 등 강서구 일대를 돌아보며 민심의 향방이 어디로 흐르고 있는지 들어봤다.
"尹정부 저지하려 진 후보 지지"
보궐선거(11일)를 하루 앞두고 찾은 강서구 일대는 투표 열기로 후끈 달아오른 모습이었다. 길가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본인이 지지하는 후보가 반드시 당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야 후보에 따라 지지 이유는 갈렸다. 민주당의 진 후보 지지자들은 후보자의 경력이나 호감도보다는 '윤석열 정부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5년째 까치산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해 온 곽아무개(43·남)씨에게 '어떤 후보가 당선됐으면 좋겠냐'고 물었더니 "민주당! 민주당!"을 연신 외쳤다. 곽씨는 "윤석열 정부의 독단적인 정치 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아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줄 것"이라면서 "단순히 구청장 투표의 의미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10년 넘게 염창역 인근에서 군밤 장사를 해왔다는 양아무개(58·남)씨는 민주당의 압도적 승리를 예견했다. 그는 "최근 윤 정권의 검찰 중심 인사 발탁에 피로도가 높다"면서 "민주당 내부에서 예상한 대로 대략 15%p 차이로 민주당이 승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에게 보궐선거 '귀책사유'가 있어 진 후보를 지지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이 공무상비밀누설죄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아 치러지는 선거인만큼 김 후보가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다.
시장 인근에서 만난 김아무개(33·여)씨는 "그냥 후보도 아니고 본인 잘못으로 공석을 만든 사람인데 다시 출마하는 것에 대해서 납득할 수가 없다"면서 "'보궐 선거 비용 40억을 애교로 봐달라'는 김 후보의 말에 실소가 나왔다"고 꼬집었다.
"재개발 위해서라면 김 후보 밀어줘야"
반면 국민의힘의 김 후보 지지층은 정부·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미로 투표장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강서구에서 45년간 자영업을 해와 '지역 토박이'나 다름없다는 길아무개(82·남)씨는 "지역 구청장을 뽑는 데 이렇게 관심을 받는 건 처음인 것 같다"며 "마치 대통령 선거를 방불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길씨는 "민주당이 막대한 의석 수를 가지고 있어서 여당에 힘을 실어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며 "대통령이 있는 당에서 당선이 돼야 일을 잘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고 전했다.
길씨처럼 여당에서 구청장이 나와야 지역 개발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밝힌 유권자들도 여럿이었다. 강서구의 숙원사업인 재건축·재개발과 김포공항 부근 고도제한을 풀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입김이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서른에 강서구에 뿌리를 내렸다는 최아무개(74·남)씨는 "여기(강서구) 사람들이 바라는 건 재개발·재건축 밖에 없다"며 "민주당에서는 뚜렷한 공약이 안 보이고 국민의힘은 개발에 목숨 걸고 있는데 한번 믿어봐야지 않겠냐"고 말했다.
선거를 하루 앞두고 각 당의 후보자들도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내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시사저널과 통화에서 "정부 여당의 도움 없이는 예산이나 행정 등 지원을 받을 수 없어 재개발 사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당선이 된다면 구민들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출근 첫날부터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본 투표 결과가 나올 때까지 마지막 한 표를 위해 각 동을 돌아다니며 '진심 유세'를 이어갈 예정"이라며 "구청장으로 봉사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최단기간 내 구정을 정상궤도에 올리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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