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무력화’ 새 대입 개편안…수능 영향력만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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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10일 수능 선택과목 폐지와 내신 5등급 상대평가를 골자로 한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2028 대입안)을 내놨다.
내신이 기존 9등급 상대평가에서 5등급으로 다소 완화된 반면, 수능의 상대평가 9등급 체계가 그대로 유지된 '미스매치' 또한 논란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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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10일 수능 선택과목 폐지와 내신 5등급 상대평가를 골자로 한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2028 대입안)을 내놨다. 키워드는 ‘공정’과 ‘안정’이다. 어떤 과목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같은 만점을 받아도 표준점수에서 차이가 나는 현재 수능에서 공정성을 회복하고, 고등학교 2학년 이후 절대평가만을 도입할 경우 변별력 면에서 나타날 혼란을 줄이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2028 대입안이 ‘획일적·경쟁중심 교육에서 벗어나자’는 고교학점제와 2022 개정교육과정 목표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개편안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우선 선택과목이 사라진 수능을 두고 학교 현장에서 2025년부터 전면 시행될 고교학점제를 무력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각자의 진로 설계에 따라 대학생처럼 과목을 선택해 수강하는 제도로 학생별로 맞춤한 교육과정을 지향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학생들이 결국 수능 대비에 유리한 과목 위주로 쏠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동일한 내용을 시험 치는 수능은 두루두루, 평범히 잘하는 학생을 선별하겠다는 방향이다. 특정 분야에서 두드러지는 아이들은 놓치고 가는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화법과 언어, 독서와 작문, 미적분Ⅰ 등은 고교학점제 과목 체계상 (일반)선택과목이지만, 수능에서는 시험 과목의 하나로 포함돼 사실상 모든 학생의 필수과목이 됐다. 그만큼 ‘그 밖에 다양한 과목’을 수강할 여지는 적어진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국어, 수학은 일반선택과목까지 수능 시험범위에 넣었는데, 그게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학점제형 교육과정이 실현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또 교육부는 내신에서 석차 5등급(상대평가)을 절대평가 점수와 함께 적기로 한 데 대해 “절대평가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안전장치”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이 정량화가 간편해 논란의 여지가 적은 내신 상대평가를 입시에 주로 반영하면 ‘무늬만 절대평가’가 될 수밖에 없다. 상대평가가 유지될 경우, 고교학점제로 수업을 듣더라도 학생 수가 많아 내신에서 높은 등급을 얻기 좋은 과목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좋은교사운동 쪽은 이날 교육부 발표 뒤 성명을 내어 “고교학점제의 중요한 가치는 진로에 따른 학생들의 과목 선택과 책임인데, 진로에 따른 선택보다는 내신 점수를 따기 유리한 과목을 선택하는 선택의 왜곡 문제를 가져올 것”이라고 풀이했다.
내신이 기존 9등급 상대평가에서 5등급으로 다소 완화된 반면, 수능의 상대평가 9등급 체계가 그대로 유지된 ‘미스매치’ 또한 논란거리다. 내신보다 수능 변별력이 강해져 대학이나 학생에게 수능 대비가 중요하다는 신호를 주기 때문이다. 정의당 정책위원회는 이날 논평에서 “내신 5등급제와 수능 9등급제의 미스매치로 수능이 보다 중요해질 것”이라며 “수능 사교육비, 수능 겨냥 재수, 수능 대비 교육과정 운용과 같은 문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교육정책학)는 “지금이야말로 우리나라의 미래 교육에 맞춰 수능과 대입 체제를 새롭게 설계할 적기인데, 이번 대입안은 어정쩡한 봉합에 그쳤다”며 “고등학교에선 굳이 교육과정을 고교학점제의 취지와 철학에 맞춰서 바꿀 동인이 없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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