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관계 개선할 이유 1000가지 있다”…화해 손길 내민 시진핑

美 상원 의원단 따듯하게 맞이한 中
習 회동때 마주 앉는 식으로 배려

[사진 =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 갈등이 조금씩 풀릴 기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을 방문중인 척 슈머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단을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한 자오러지 전국민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 등 중국 최고위 지도부가 총출동해 환대하면서다. 내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미·중 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관측도 나온다.

10일 신화통신 등 관영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슈머 원내대표를 포함한 상원 의원단은 방중 기간 중국 공산당 서열 25위 이내 최고 지도부 인사 4명을 잇달아 만났다. 가장 주목되는 건 9일 열린 시진핑 주석과의 회동이다. 시 주석이 현직에 있는 미국 고위인사와 직접 만난 것은 지난 6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중미 관계를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자관계라고 강조하며 “‘중미 관계를 개선해야 할 이유가 1000가지가 있지만, 양국 관계를 망칠 이유는 하나도 없다’는 것을 여러 대통령을 포함해 많이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또 “중국과 미국의 공동이익은 의견 차이보다 크며 넓은 지구는 중국과 미국이 각자 발전하고 번영하는 것을 완전히 수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과 미국 상원 의원단 접견은 내용 뿐 아니라 형식 측면에서도 주목받았다. 시 주석은 6월 블링컨 장관 일행을 면담할 때 상석에 앉아 회의를 주재하는 것 같은 모습을 연출했지만 이번에는 일렬로 마주 앉는 방식을 취했다. 시 주석과의 면담을 마친 슈머 원내대표는 자오러지 전인대 상무위원장과도 회동을 가졌다. 중국의 국회 격인 전인대를 이끌고 있는 자오러지는 중국 공산당 서열 3위다. 이 자리에서 자오러지 위원장은 미·중 관계 개선 필요성을 강조하며 “양국 입법부가 보다 잦은 왕래를 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상원 의원단은 또 공산당 서열 25위 이내 정치국원인 왕이 외교부장과 천지닝 상하이시 당서기와도 면담을 갖고 미·중관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이울러 슈머 대표가 팔레스타인의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과 관련해 이스라엘 편에 서지 않고 중립적인 입장을 내비친 중국의 대응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했음에도,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지 않은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중국은 신중동전쟁 우려와 관련해 지난 8일 외교부 성명에서 “평화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지만 슈머 대표의 발언이 나온 이후인 9일 성명에서는 “민간인의 피해에 대해 반대한다”며 톤을 낮췄다.

이처럼 중국이 슈머 대표를 따뜻하게 환대하면서 미·중 정상회담 개최에 청신호가 들어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댜오다밍 중국인민대학 교수는 관영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 ’매파‘로 여겨지는 슈머 대표를 중국이 환영한 것은 미·중 관계를 긍정적이고 실용적으로 다루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슈머 상원대표의 시 주석의 만남은 미·중 정상회담에 긍정적인 신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