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M] "'장 출혈'을 '치루'로 오진해 사망"‥의사 법정구속됐지만 유족은 '한숨'
[뉴스데스크]
◀ 앵커 ▶
'장 출혈' 의심 환자에게 검사도 없이 '치루' 진단을 내려 숨지게 한 의사가 최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습니다.
수많은 의료 분쟁 가운데 의사의 과실이 법정에서 인정되는 경우는 정말 드문 일인데요.
무려 5년이나 걸린 법정 싸움에서 승리했지만 유족들은 여전히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 그런지, 제은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지난 2018년 6월, 인천의 한 종합병원에서 70대 환자 이모 씨가 수술 다음날 숨졌습니다.
십이지장 궤양에 따른 저혈량 쇼크가 사인으로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이 씨는 엉뚱하게도 항문 쪽 수술을 받았던 겁니다.
수술 나흘 전 혈변 증세로 병원을 찾았는데 담당의사가 '치루'로 진단했기 때문입니다.
법원은 의사의 과실을 인정했습니다.
"장 출혈을 의심할 만한 장기 투약 내역과 혈액 검사 결과가 있었음에도, 별도 검사를 안 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금고 1년 6개월을 선고하며 의사를 법정구속했습니다.
[유족] "환자로서 잘못한 게 아무 것도 없는데 왜 이런 피해를 봐야 하는지.. 사람이 죽었는데.."
1심 선고까지 무려 5년.
유족들로선 큰 고비를 넘었지만 잠시 뿐이었습니다.
해당 의사는 '수술 전후로 장 출혈을 의심할 상황이 아니었다'며 항소했고, 대한의사협회도 '의사에 대한 법적 구속은 과잉 사법'이라고 비판하며 거들었습니다.
안 그래도 수사와 재판 내내 역부족을 절감했던 유족 입장에선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유족] "피해자 중심주의 재판이 돼야 하는데, 이 의료사고 재판은 피의자, 의사 중심주의 재판으로. 검사는 법을 잘 알고 의사는 병에 대해서 잘 알 거 아니에요."
수사기관이 의료 기록을 확보해도 잘못이 있는지 따질 수 있는 건 역시 전문가인 다른 의사들의 몫입니다.
동료에게 과실이 있다고 인정해 줄 의료인을 찾는 건 하늘의 별따기.
[강태언/의료소비자연대 사무총장] "감정 결과에 따라 과실 유무가 평가되는데 의사들의 카르텔(담합)이 작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현실적으로 의사들이 기소되는 과정까지가 굉장히 어렵다."
숨진 이 씨 유족의 경우, 의사 감정서를 받아 변론을 시작하는 데만 2년 넘게 걸렸고, 길어진 재판에 검사만 8번이나 바뀌었습니다.
[유족] "의사가 잘못한 걸 의사가 판단해줘야 모든 게 성립되니까. 정말 힘들게 2년 반 기다려서 증인이 나왔잖아요."
지난 2016년 가수 신해철 씨 사망 이후 환자가 숨지면 병원 동의 없이 의료분쟁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관련법이 개정됐지만, 환자들은 성에 차지 않는다고 합니다.
[유족] "(조정은) 그냥 합의가 목적이지, 피해자가 의사에게 사과받고 이런 건 꿈에도 못 꾸더라.."
의료에 전문성을 갖춘 전담 수사관을 늘리고, 외국 의료기관에서도 감정을 받을 수 있도록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제은효입니다.
영상취재: 이상용, 김백승/영상편집: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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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이상용, 김백승/영상편집: 김민지
제은효 기자(jenyo@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532110_361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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