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름다운 복수는 용서지요”

김용출 2023. 10. 10.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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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그들의 시신에 경의를 표한 것은, 인간에 대한 순수한 경외심 때문입니다. 시신 자체는 사람이 아닙니다. 사람이 죽으면 흙이 됩니다. 흙은 빨갱이도 적군도 아닙니다. 그냥 흙일 뿐이니 미워할 가치도 없습니다."

소설은 적군의 죽음에 애도를 표했던 서진이 고문을 거치며 인류애를 상실, 한때 처절한 복수를 생각했지만 서서히 가장 아름다운 복수는 용서라는 것을 깨달아 가는 과정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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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죽어 나간…’ 펴낸 김홍신
빨갱이 매도된 장교 이야기 그려
“한국 사회 갈등 갈수록 심해져가
소설로 화해 뒷받침하고 싶어”
소설 2권 더 써 140권 완성 포부

“제가 그들의 시신에 경의를 표한 것은, 인간에 대한 순수한 경외심 때문입니다. 시신 자체는 사람이 아닙니다. 사람이 죽으면 흙이 됩니다. 흙은 빨갱이도 적군도 아닙니다. 그냥 흙일 뿐이니 미워할 가치도 없습니다.”

박정희 정권의 군사독재가 서슬 퍼렇던 1971년, 휴전선에 위치한 부대의 소대장이었던 그는 사살된 북한군의 시신 앞에서 기도를 했다. 인도주의적 차원으로 한 것이었지만, 그는 이 때문에 보안대에 불려가 조사를 받아야 했다. 이때의 경험은 그에게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다. 언젠가, 세상이 좋아지면 소설을 써야지.
김홍신 작가가 냉전 시절 빨갱이로 매도됐다가 복수를 꿈꿨던 한 국군 소위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을 가지고 돌아왔다. 그는 손에 마비가 오기도 했지만 여전히 만년필로 소설을 쓴다며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원고 사본을 들어 보였다. 연합뉴스
하지만 한동안, 아니 50년이 넘도록 소설을 쓰지 못했다. 세상이 좋아지자, 먼저 정치에 뛰어들어 국회의원이 됐고, 다음에는 대하소설 ‘대발해’를 쓰면서 많은 시간이 흘러가 버렸다. 한동안 트라우마를 겪기도 했고 다른 소설을 쓰면서 한없이 지체됐다.

중견 소설가 김홍신은 6년 전쯤 오랫동안 가슴에 담아 온 이야기를 소설로 쓰기 시작했다. 집필을 위해서 북한 여군 출신의 탈북민을 비롯해 군 책임자, 육군 형무소에서 근무했던 헌병 등을 취재했다. 특히 애도를 고민하면서 이태원 참사 현장을 찾기도 했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이데올로기 및 좌우 갈등이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가족 안에서 부모와 자식이 싸우고, 부부끼리 싸우고, 친구 사이에도 갈등이 벌어지고 있어요. 소설로 용서와 화해, 조화를 뒷받침하고 싶었지요.”

베스트셀러 ‘인간시장’의 작가 김홍신이 냉전 시절 사살된 북한 장교의 시체에 십자가를 꽂고 명복을 빌어준 죄로 빨갱이로 매도된 한 국군 소위의 이야기를 그린 장편소설 ‘죽어 나간 시간을 위한 애도’(해냄)를 최근 출간했다. 소설은 적군의 죽음에 애도를 표했던 서진이 고문을 거치며 인류애를 상실, 한때 처절한 복수를 생각했지만 서서히 가장 아름다운 복수는 용서라는 것을 깨달아 가는 과정을 그린다.

“가장 아름다운 복수는 용서지요.” “복수의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랑과 용서입니다… 원수를 갚는 게 아니라 풀어 버리는 게 참다운 복수고 아름다운 결말이지요.”

김 작가는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출간 기자간담회를 갖고 “사랑, 용서, 배려, 베풂의 특징은 그 안에 애도가 들어가 있다는 것”이라며 “진심과 용서가 애도다운 애도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138권의 소설을 집필했다는 그는 “앞으로 2권을 더 써서 140권을 완성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그는 “나 자신을 자꾸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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