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진짜 배상해 주실 건가요?
"보이스피싱은 무식과 무지를 파고드는 게 아니야, 상대방의 희망과 공포를 파고드는 거지." - 영화 '보이스' (2021)
어눌한 조선족 말투나 낯선 번호에 속지 않을 자신이 있으시다고요?
누구나 그럴 겁니다. 하지만 발신 조작장치로 가족이나 지인을 사칭하고 세련된 목소리와 치밀함으로 진화한 요즘 범죄 수법엔 당해낼 도리가 없었다고 피해자들은 하소연합니다.
보이스피싱이 처음 발생한 2006년부터 2021년까지 누적 피해 금액은 3조 8,681억 원.
특히 코로나 기간을 지나면서 2019년 2천960여 건이었던 스미싱은 2021년 만 7천840여 건으로 6배나 늘었습니다.
피해자들은 2번 웁니다. 돈을 돌려받으려면 소송을 해야 하는데, 그 문턱을 넘기가 하늘의 별 따기거든요.
그래서 정부가 내년 1월부터 보이스피싱으로 피해를 본 금융소비자는 금융감독원과 19개 시중은행으로부터 피해 금액의 20~50%를 배상받을 수 있는 조치를 마련했습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절반이라도 건진다면 불행 중 다행일 텐데.
그런데 배상할지에 대한 판단을 '은행 자율'에 맡겼습니다. 은행이 우린 보이스피싱 조심하라고 여러 번 공지했다. 그러니 조심하지 않은 네 탓이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은행의 과실 책임 입증이 불확실할 경우 배상 금액 산정을 놓고 다툼이 벌어질 건 뻔합니다.
정부가 이런 대책을 내놓은 건 소비자의 통상적 노력만으로는 예방이 어렵기 때문일 텐데, 그런데 이런 대책 아닌 대책을 내놨다고요?
겉만 번지르르한 협약으로 가뜩이나 상심해 있는 피해자들을 희망 고문하려는 겁니까.
금융기관에 대한 철석같은 믿음에 생때같은 돈을 맡긴 고객에게 이젠 은행과 금감원이 화답할 차례입니다. 그 길을 터주는 건 정부 몫이고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진짜 배상해 주실 건가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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