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하마스 대원 시신 1500구", 하마스 "인질 살해" 위협... 극단 치닫는 전쟁
이스라엘 '피의 보복' 현실화... "시신 무더기 발견"
가자지구 1352곳 폭격... 하마스 고위직 2명 사망
하마스 "기습 공격 때마다 인질 1명씩 살해" 협박
네타냐후 "협상 없다… 가자지구 작전, 이제 시작"
헤즈볼라·이란 가담 우려... '중동 전쟁 확산' 촉각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로부터 기습 공격을 당한 이스라엘의 '피의 보복'이 현실화하고 있다. 전쟁 시작 나흘째인 10일(현지시간) 공식 집계된 양측 사망자가 1,800명을 넘어선 가운데, 이와 별개로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인근에서 하마스 대원 시신 1,500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중복 집계 가능성이 있지만, 공개된 팔레스타인인 사망자(830명)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하마스 고위직 2명도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숨졌다.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복수'가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하마스가 지난 7일 납치한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삼을 것이라는 우려도 현실이 됐다. 하마스는 9일 "이스라엘의 공격 때마다 억류 중인 민간인 포로를 처형하겠다"고 위협했다. 이스라엘은 아랑곳없이 가자지구를 완전 포위하고, 지상군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 양측 간 무력 충돌이 극단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중동 지역 전체로 전쟁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마스의 공격을 두고 '이란 배후설'이 끊이지 않는 데다, 이란이 지원하는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 교전도 시작됐다. 국제사회의 전쟁 중단 호소나 중재 노력은 전혀 먹혀들지 않는 사이,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 150명뿐 아니라 가자지구 민간인 230만 명의 목숨은 갈수록 위태로워지고 있다.
공격 수위 높이는 이스라엘… 하마스 "인질 살해" 협박
10일 미국 뉴욕타임스(NYT),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아부 우바이다 하마스 대변인은 전날 육성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이 사전 경고 없이 우리 국민을 표적으로 삼을 때마다 민간인 인질을 한 명씩 처형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부는 인질 규모를 150명 정도로 추산한다. 인질 중엔 미국인과 독일인, 러시아인 등 외국인도 다수 포함돼 있다. CNN과 워싱턴포스트는 자체 영상 분석을 통해 "이미 4명의 인질이 살해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하마스의 협박은 이스라엘의 공격 수위가 높아지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스라엘은 전쟁 선언 및 보복전 개시(7일)→가자지구 완전 봉쇄 명령(8일)→장기전 예고(9일) 등 대응 강도를 끌어올렸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8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하마스와의 협상은 없다. 가자지구 진입이 불가피하다. 이스라엘의 억지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미국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의 '인질 살해 경고' 이후에도 "가자지구 작전이 이제 막 시작됐다. 앞으로의 공격은 여러 세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맞불을 놨다.
실제 이스라엘의 보복은 더 거세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접경 지역을 완전히 장악하고, 남부 지역 통제권을 거의 회복했다고 밝혔다. 또 지금까지 가자지구 1,352곳을 폭격했으며, 이날 공습으로 하마스 정치국 고위 간부인 자카리아 아부 마아마르, 겅제장관인 조아드 아부 슈말라가 숨졌다고 발표했다. NYT는 "예비군 36만 명을 동원한 지상전 돌입이 임박했다"고 전했다.
가자지구 전면봉쇄에 유엔 "국제법 위반"
인명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10일 기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각각 공식 발표한 사망자 합계는 최소 1,830명(팔레스타인 830명, 이스라엘 1,000명 이상)이 됐다.부상자는 최소 7,050명으로 파악됐다. 이스라엘군 지상군이 투입되면, 민간인 희생자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가자지구 생존자들도 절체절명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이스라엘의 전면 봉쇄로 기본적인 의약품, 식량 보급이 중단된 탓이다. 유엔은 난민 수가 18만 명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폴커 투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성명을 내고 "민간인 생존에 필수적인 물품 공급을 막아 그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포위 공격은 국제인도법에 따라 금지되는 사항"이라고 비판했다.
헤즈볼라 참전 '변수' 되나… '이란 개입할라' 긴장 계속
헤즈볼라가 본격 참전할 경우, 전쟁은 더욱 격화할 전망이다. 1982년 남부 레바논을 점령한 이스라엘에 대항하기 위해 창설된 시아파 무장 정파인 헤즈볼라는 이미 2006년 한 달여간 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인 바 있다. 지난 8일 이스라엘 점령지 골란고원을 향해 헤즈볼라가 로켓과 박격포를 발사하자, 이스라엘은 다음 날 레바논에서 국경을 넘는 무장 대원을 사살하고 초소들을 공격했다. 교전 과정에서 헤즈볼라 대원 3명, 이스라엘 장교 1명이 각각 사망하기도 했다.
이란의 움직임도 변수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는 이날 입장문에서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 지지자들이 '이란 배후' 소문을 퍼뜨리지만 이는 틀렸다"며 하마스 공격 개입설을 부정했다. 그러면서도 "이스라엘의 회복 불가능한 패배를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언제든 하마스 편에 설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이스라엘 지원 의사를 밝힌 미국은 확전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찰스 브라운 미군 합참의장은 이란을 향해 "절대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전날 "미국 지상군을 이스라엘 땅에 배치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이 깊숙이 발을 담그는 대리전으로 번지는 게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내부 비판에 직면한 미국 정부로선 최악의 시나리오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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