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주차에 차도로 밀려난 아이들…스쿨버스 도입 고민을
- 금정구 동상초 서·남·북쪽 도로
- 차량에 포위돼 보행공간 사라져
- 주차부족 민원에 단속도 어려워
- 스쿨존 노상주차장 폐지 법 개정
- 주거지 전용 주차장 사라져 문제
- 공영주차장 조성 논의 지지부진
- 통학구역도 넓어 사고 위험 노출
- 보행로 조성·주차 공간 확보 등
- 당장은 어려워 점진적 개선 필요
10일 오전 부산 금정구 동상초등학교 후문으로 가는 오르막길은 불법 주정차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아이들은 차를 피해 보행로가 따로 없는 이면 도로 한가운데로 등교하고 있었다.
정문이 있는 학교 동쪽 도로는 집중 단속 구간이어서 단속카메라가 설치돼 불법 주정차가 드물었지만 서·남·북쪽 도로는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차량이 주차된 상태였다. 특히 북쪽 도로는 양방통행이 가능한 너비지만 한 편에 차량이 일렬로 불법주차돼 통행하는 차량이 겨우 지나갔다. 한 학생이 보행 도중 차량이 다가오자 주차 차량 사이로 재빠르게 몸을 숨겼다. 학교 주변 도로가 불법 주정차에 포위된 셈이다.
▮주민 눈치 보는 금정구
동상초 학부모인 오한나(40) 씨는 집이 가깝지만 학교 주변 불법 주정차가 만연해 아이를 학교에 직접 데려다 준다. 그는 “내 아이가 사고를 당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손잡고 같이 등하교한다”고 불안해 했다. 그러면서 “학부모들이 불법주정차 민원을 넣어도 다른 주민이 ‘주차 공간이 없다’는 민원을 더 많이 넣어 금정구도 개선책을 찾지 못하는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불법 주정차 단속 역시 차주들의 민원 때문에 잘 이뤄지지 않는다. 금정구 관계자는 “주차 단속은 주민 생계와 연관돼 계도 수준으로 한다”며 “대신 등하교 시간대에 초등학교 전체를 돌아가며 순찰한다”고 밝혔다. 동상초 통학로 일대가 불법 주정차로 몸살을 앓는 건 주거지 전용 주차장이 사라진 탓이 크다. 학교 정문으로부터 300m인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안 노상주차장(도로 노면 일부분에 설치된 주차장)을 전면 폐지하기로 2021년 법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서울디지털재단이 2020년 24명의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에게 액션캠 또는 구글 글래스를 착용시켜 등하굣길을 촬영해 분석했더니 어린이 눈높이에서 시야에 방해가 될 수 있는 대상 가운데 차량이 45.8%로 가장 많았다. 그중 보행 위험 요소로 감지된 차량 중에서 주정차 차량 비율이 높았으며 차량 대부분이 불법 주정차였다. 불법 주정차가 아이들의 통학을 위태롭게 만드는 것이다.
안전한 통학로를 위해 스쿨존 내 노상주차장 폐지는 적절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문제는 주거지 전용 주차장이 사라짐에 따라 대안이 없는 곳은 불법 주정차가 늘어 실효성 논란이 있다.
▮대책 없이 사라진 노상주차장
구가 보완책으로 공영주차장을 마련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동상초 인근 공영주차장 건립 역시 현재 추진 계획이 없다. 동상초로부터 535m 떨어진 세웅병원 건너편 서2동 공영주차장 증축만 추진 중이다.
또 다른 구 관계자는 “동상초 인근 공영주차장 조성 검토는 이뤄졌으나 부지 매입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추진하지 않는다”면서 “부근에 주택 몇 채를 매입해 소규모 주차장을 짓는 것 역시 구체화한 건 없다”고 설명했다. 동구 수정초와 부산진구 주례초 사례처럼 학교 지하에 공영주차장을 조성하는 방안도 과거 논의됐으나 동상초 건물 안전등급이 낮아 어렵다.
동상초 운영위원장인 조준영 금정구의원은 “안전과 생명이 편의보다 훨씬 중요하지만 주차 관련 개선이 지지부진한 상태”라고 말했다.
금정구 조례에 따라 주차장특별회계가 설치돼 있다. 특별회계 예산으로 ▷주차시설 확충 ▷노외주차장 부설주차장 설치 비용 보조·융자 등에 활용한다. 예산은 올해 1차 추경 기준 49억 원, 지난해 3차 추경 기준 112억 원이다.
조 의원은 “주차장 수급 실태조사에서 동상초 인근 주차장이 있어야 안전한 보행이 가능하다고 용역 결과가 나왔다”면서 “예산을 동에 산술적으로 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수급 계획대로 우선 순위에 따라 편성해야 주차장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이는 아이들의 안전과도 직결된다”고 지적했다. 수십억 원의 비용이면 주택을 매입해 소규모 주차장을 건립하는 데에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스쿨버스 고려할 만
현장을 둘러본 경성대 신강원(도시공학과) 교수는 “통학로 한 군데만 개선해가지고는 안 될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주민과 협의를 거쳐 보행로를 조성하고 지체 없이 불법 주정차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실현하고 주차 공간 확보를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당장은 어렵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학교 측은 2020년 당시 동상초 인근 주거지 전용 주차장이 폐지되는 남쪽 도로와 학교 주변 도로 전체에 보행로를 확보하고 안전울타리 설치를 요청하는 공문을 구에 보냈다. 그러나 현재까지 반영되지 않았다. 구 관계자는 “주거지 주차장이 사라진 도로에 보행로 확보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신 교수는 또 “스쿨존 노면 표시가 운전자 눈에 띄지 않고 표지판 등 교통안전시설이 오래 전 설치됐지만 방치한 느낌이 든다”며 “통학로가 경사진 만큼 속도제한도 시속 30㎞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상초 후문 앞 도로는 경사도 20% 지점도 있다.
동상초 통학구역이 넓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동 일대가 주차난에 시달리는 만큼 불법 주정차 차량 때문에 사고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통학구역을 보면 경계인 서동로 118번길에서 동상초까지는 972m다. 성인 걸음으로 16분가량 걸린다. 반송로를 횡단해야 하는 아이들은 육교를 건너야 한다. 육교 난간은 성인 허리까지 오는 높이라 낮았다.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 머리보다 낮았다.
신 교수는 “통학로 개선이 어렵다면 스쿨버스를 운영하는 대안도 있다”고 조언했다.
스쿨버스는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안건을 내면 지원청을 거쳐 시교육청이 신청을 받는다. 시교육청은 ▷통학거리가 1.5㎞ 또는 도보 30분 초과할 때 ▷통학로 보행·교통안전 여건이 학생에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을 때 등의 기준으로 심의해 학교의 통학버스 도입을 결정한다. 현재 스쿨버스를 운영하는 곳은 금사초 구평초 학장초 보림초 대남초등학교 등이다.
영상=김채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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