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리얼리즘으로 표현한 무형의 사유…이석주 특별기획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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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날리는 갈기, 촉촉한 눈망울의 말이 마치 고해상도 사진처럼 생생하게 묘사된 하이퍼리얼리즘(극사실주의) 그림 뒤로 활자가 빼곡한 책 또는 거대한 시곗바늘이 자리한다.
서로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두 대상이 한 폭의 캔버스에 나란히 담기면서 그림 전반에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불어넣는다.
말과 시계, 기차, 책, 벽돌, 팔, 다리, 의자 등 현실적이고 물성이 단단한 소재를 극사실주의 화풍으로 표현하면서 동시에 그 안에 강렬한 메시지를 담은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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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휘날리는 갈기, 촉촉한 눈망울의 말이 마치 고해상도 사진처럼 생생하게 묘사된 하이퍼리얼리즘(극사실주의) 그림 뒤로 활자가 빼곡한 책 또는 거대한 시곗바늘이 자리한다.
서로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두 대상이 한 폭의 캔버스에 나란히 담기면서 그림 전반에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불어넣는다.
동시에 시간과 존재, 영원함 등 눈에 보이지 않는 형이상학적인 개념과 감각이 2차원의 캔버스를 넘어 관객에게로 전이된다.
경기 남양주 모란미술관에서 지난달 21일부터 열리고 있는 이석주(71) 작가의 특별기획전에는 이처럼 촘촘한 형태 묘사를 바탕으로 무형의 사유를 그려낸 지난 50년간의 작품들이 전시됐다.
말과 시계, 기차, 책, 벽돌, 팔, 다리, 의자 등 현실적이고 물성이 단단한 소재를 극사실주의 화풍으로 표현하면서 동시에 그 안에 강렬한 메시지를 담은 것이 특징이다.
이 작가는 10일 기자들과 만나 "(1970년대에는) 추상 표현이 유행했지만, 피부에 와닿지 않았다"며 "'미술은 왜 현실과 가까워질 수 없을까' 생각했고 현실의 단면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의 하이퍼리얼리즘은 객관적이고 사진 같은 이미지라고 한다면, 저는 작품에 서사가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거창한 철학이 아니라 일상에 대한 자각이 중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 작가의 1970·80년대 초기작인 '벽' 시리즈에서는 붉은 벽돌 벽을 캔버스 가득 그려내 마치 막다른 길 끝에 맞닥뜨린 것 같은 답답한 정서를 그려냈다.
1982년에 그린 '벽'에서는 이 같은 감정이 더 노골적으로 전달된다. 울퉁불퉁한 벽돌 단면에 작가의 얼굴을 슬쩍 집어넣었기 때문이다.
작가의 다양한 고민과 시도도 엿보인다.
1980년대 '일상' 시리즈에서는 역동적인 인체를 묘사한 뒤 잡지, 신문 등을 콜라주 했고, 1990년대 '창' 시리즈에서는 철판과 사물 오브제, 그림을 함께 담은 실험적인 작품을 내놨다.
근작에 가까워질수록 이 작가 특유의 극사실주의 화풍과 초현실주의적인 주제 의식이 도드라진다.
누구나 알 법한 명화를 그린 뒤 큼직한 시계나 책 표지를 더한 '사유적 공간' 연작이 여러 점 전시됐다.
미술에 친숙하지 않은 사람도 한 번쯤 본 적이 있는 에드워드 호퍼, 카라바조의 대표작을 차용해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 작가 작품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히는 것은 사진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한 극사실주의 화풍이다.
이 작가는 "우선 다양한 각도와 위치에서 사진을 많이 찍고, 이를 아크릴 물감으로 에어브러시 작업을 한 뒤 유화로 무게를 더한다"고 작업 과정을 소개했다.
그러면서도 "보통 극사실주의라고 하면 깨끗한 화면에 붓 자국 하나 없는 것을 말하는데, 정밀 묘사를 한다고 좋은 작업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작가는 3대에 걸친 예술가 집안의 일원이다.
아버지는 한국 연극계의 거목인 이해랑 선생, 딸은 화가로 활동 중인 이사라 작가다.
그는 "(아버지가 연출한) '죄와 벌'이라는 연극을 봤는데 무대 뒤편에서 사람들이 바느질 등 일을 하는 모습이 나왔다"며 "'저런 것이 나름의 리얼리즘이구나'라고 어릴 때 느꼈고, 리얼리즘에 대한 것이 몸에 배었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달 26일까지.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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