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정부, 美정치인·기자 휴대폰 해킹 시도… WP "스파이웨어 설치"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해 미국 정치인·기자 등 다수의 휴대전화를 해킹하려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사진은 베트남 국기(왼쪽)와 기사 내용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는 자료사진. /사진=이미지투데이

베트남 정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해 미국 정치인·기자 등 다수의 휴대 전화에 스파이웨어를 설치해 해킹하려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지난 9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베트남 정부 당국은 미국 의회 의원·정책 전문가·언론인의 휴대전화에 스파이웨어 설치를 시도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 9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협정을 맺기 위해 베트남을 방문하던 중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WP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인 마이클 맥콜 하원의원, 상원 외교위원회 위원이자 중동 소위원회 위원장인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 CNN 방송 수석 국가안보 분석가인 짐 슈토 기자 등이 해킹의 주 표적이 됐다. 베트남 당국은 SNS 중 하나인 'X'(옛 트위터)를 통해 해킹을 시도했으며 '프레데터'(Predator)로 알려진 스파이웨어가 휴대전화에 설치되도록 외부 웹 사이트 방문을 유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들은 WP의 취재에 모두 "해당 웹 사이트 링크를 본 적이 없거나 클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킹이 성공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보도됐다.

프레데터는 유럽의 스파이웨어 제작 기업 '인텔렉사'와 관련 업체 '사이트록스'가 개발한 스파이웨어다. 애플의 아이폰과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적용된 휴대전화에서 카메라와 마이크를 임의로 작동할 수 있고 암호화된 파일이나 메시지를 해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프로그램은 해킹여부를 판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용자가 스파이웨어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인텔렉사와 사이트록스는 지난 7월 미국의 제재 명단에 올랐다. 미국 기업이 이들과 거래하기 위해선 미국 상무부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미국 정부의 입장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는 "의회 의원을 표적으로 삼은 해킹 시도가 매우 우려된다"면서 "미국 국외에서 근무하는 약 50명의 정부 요인들이 스파이웨어의 표적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라고 WP에 전했다.

앰네스티 보안 연구소의 책임자 돈차 오 시어배일은 "우리가 수집한 증거·문서에서 프레데터 스파이웨어가 인텔렉사로부터 여러 중개자를 거쳐 베트남 공안부에 판매됐다는 정황이 나왔다"면서 해킹 시도 의혹에 대해 부연설명했다.

김지연 기자 colorcor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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