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가스공사 사장, 출장서 1박 260만원”…공기업 기강해이 실태

감사원 ‘공공기관 재무건전성 및 경영관리 실태’ 결과 발표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 [연합]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해외 출장을 나가 1박에 수백만원짜리 호화 숙소에 묵거나 근무지를 무단으로 벗어나 경마장에 가는 등 공기업의 기강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이 부처로 파견 나온 공사 직원에게 자녀 도시락을 준비시키고 공사 법인카드를 900번 가까이 사용한 사례도 발각됐다.

감사원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공기관 재무 건전성 및 경영관리 실태’ 감사 결과를 10일 공개했다.

감사원 감사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 사장과 간부들은 해외 출장 숙박비를 별도 규정 없이 무한정 지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채희봉 전 가스공사 사장은 지난해 영국 출장 당시 호텔 스위트룸에 묵으면서 하루 숙박비로만 260만원을 사용했다.

채 전 사장은 해당 숙소에 3박을 묵어 해당 출장 숙박비만 780만원을 쓰며 재임 기간 총 16차례 해외 출장에서 총 6482만원을 숙박비로 지출했다고 감사원은 알렸다.

공기업을 관리·감독하는 정부 부처 공무원의 ‘갑질’도 드러났다.

산업부의 한 40대 사무관은 감독 대상인 한국지역난방공사 법인카드를 총 897회에 걸쳐 사용했다. 금액으로는 3827만원어치 사용했다. 그는 가족과 먹을 한우를 공사 법인카드로 결제하고 간식용 빵값이나 텀블러 등 기념품 구매 비용도 법인카드를 이용했다.

이 사무관은 산업부에 파견된 공사 직원에게 3년 반에 걸쳐 출·퇴근 픽업이나 자녀 도시락 준비 등 업무와 무관한 행위를 강요한 것으로 파악됐다.

산업부 부서 회식에 난방공사 직원을 참여시켜 공사 법인카드로 총 8차례에 걸친 회식 비용 1166만원을 결제하게 한 경우도 적발됐다.

공기업 직원이 겸직 규정을 어기고 ‘투잡’을 뛰는 사례도 있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20∼2021년 주요 공공기관 14곳의 임직원 65명은 겸직 규정을 어기고 부당 영리 행위에 종사해 총 24억원을 번 것으로 파악됐다.

기관별로 보면 한국전력 직원이 직접 태양광발전 사업을 경영하면서 수억대 매출을 기록했다. 한국수자원공사 등 직원이 다단계 판매 사업을 운영하거나 직접 배달 기사·대리운전 등 부업을 한 경우도 있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4개 기관에서는 8명이 근무지를 무단으로 이탈해 경마장에 출입했다.

최달영 감사원 제1사무차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제3별관에서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수사요청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연합]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실태도 드러났다.

LH의 경우 입학생이 정원의 30%에 불과한 사내 대학(LH토지주택대학교)을 운영하면서 교원의 대부분을 자사 퇴직자로 채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LH가 고위직 직원을 사내 대학에 파견하는 방식으로 ‘편법’ 인사를 한 것이 적발됐다.

수자원공사는 업무 공간을 실제보다 좁게 조사한 뒤 공간이 부족하다며 573억원을 들여 새 건물을 지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사전 필요성 검토나 보안 조치를 거치지 않고 3급 이하 전 직원에게 약 80억원을 들여 노트북 5690대를 일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갑질, 부당 겸직, 근무지 무단이탈 등 후진적인 공직 기강 해이 사례가 만연한 상황”이라고설명했다.

감사원은 이날 별도로 한국철도공사의 경영 상황 실태에 대해서도 발표를 진행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철도공사 근로시간은 152시간 37분으로 노사가 합의한 근로시간(월평균 165시간)보다 12시간 23분 부족했다.

소정 근로시간보다 부족한 근로시간을 인건비로 환산한 결과 손실분은 연간 7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공사가 비상 대기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지출하는 추가 인건비도 연간 58억원가량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비효율적 인력 관리에 따른 철도공사 손실분이 연간 137억원에 달했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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