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안 팔린 ‘새옷’ 쓰레기?” 티셔츠 하나 10만원…할인이나 ‘팍팍’ 해주지 [지구, 뭐래?]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티셔츠 한 벌에 10만원, 재킷 한 벌에 20만원씩 팔면서 새 옷을 그냥 버린다고?”
사실이다. 의류업체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실제 보안폐기업체에서 새 옷들이 고스란히 쓰레기 처리되고 있다. 폐기물업체 측은 “폐기 시에도 직원도 1명 정도만 참관한다. 그만큼 재고 폐기는 보안이 철저하다”고 귀띔했다.
고급 브랜드 옷부터 가방, 신발까지 대상은 다양하다. 조건은 파쇄 또는 소각. 남몰래 새 옷을 없애 달라는 의뢰다.
티셔츠 한 벌에 10만원, 재킷 한 벌에 20만원을 호가하는 옷들을 팔지도 않고 없애버리는 것.
이유는 다양하다. 희소성을 유지해 높은 가격을 이어가기 위해서 혹은 재고 보관비용보다 처리비용이 더 저렴해서다. 어떤 이유에서든 소비자로선 분통 터질 노릇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바로 새 옷 쓰레기에 따른 환경오염이다. 국내에선 새 옷 쓰레기가 얼마나 버려지는지 규모조차 알 수 없다. 폐기물로 분류되는 헌 옷과 달리 새 옷은 각 의류업체의 재고자산이기 때문이다.
이에 환경단체 등은 국내에서 의류 재고 폐기를 금지하거나 적어도 폐기량이라도 보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옷 쓰레기는 환경오염의 주범 중 하나로 잘 알려져 있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2020년 기준) 중 4~10%, 수질오염 중 20%가 섬유 및 패션산업에서 비롯된다. 세계자연보전연맹에 따르면 해양 미세플라스틱 중 35%가 의류 등을 세탁할 때 떨어져 나온다.
이에 옷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옷들이 바로 ‘미판매 재고’다. 호주순환섬유협회(ACTA)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만들어진 모든 옷의 30%가 판매되지 않는다.
판매되지 않은 이 새 옷들은 버려졌을 가능성이 크다. 이유는 다양하다. 희소성을 중시하는 명품의 경우에는 브랜드이미지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팔리지 않은 새 옷을 그냥 버린다. 2018년에는 명품 브랜드 버버리가 연간 415억원어치 재고상품을 소각한 것이 드러나 지탄을 받았다.
이외에도 새 옷들을 쓰레기가 아니라 ‘재고’인 채로 버릴 때 따르는 경제적인 이익이 크다. 창고에 보관하는 것보다 버리는 비용이 저렴하고, 재고를 소각한 뒤 회계상 손실 처리하면 세금을 절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판매 재고 폐기는 국내 의류업계에서도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 여러 폐기물업체는 고급 브랜드의 제품을 소각이나 파쇄 등의 방식으로 ‘보안 폐기’하고 있다. 폐기물업계에서 미판매 재고를 모두 폐기 처리하는 의류업체는 ‘재고관리에 신경 쓰는 곳’으로 통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새 옷이 얼마나 많이 버려지는지 국내에서는 현재 파악하기 어렵다. 의류업이 다른 제조업보다 늘 재고비율이 크다는 점에서 폐기되는 새 옷이 많을 것으로 추정하는 정도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통계청에서 받은 제조업 생산액 대비 재고 현황에 따르면 2020년 의류업의 재고율은 29.7%에 달한다. 당시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상황을 고려해도 전체 제조업의 재고율(13%)의 두 배 이상이다. 2012~2021년으로 범위를 넓혀도 의류업 재고율은 항상 20%를 웃돌았다.
해외에서는 아예 새 옷 재고를 버리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프랑스의 의류재고폐기금지법이 대표적이다. 유럽연합의 에코 디자인 규정, 벨기에·독일에서는 폐기를 금지하지는 않지만 폐기 양과 이유를 밝히도록 했다.
이에 국내에서도 의류 재고를 관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장 의원은 의류 재고도 순환자원에 포함되도록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올해 내에 발의할 예정이다.
장 의원은 “팔리지 않은 멀쩡한 옷들을 판매하기보다 태워 없애는 게 이익이라는 관점은 기후위기 시대에 더는 용납될 수 없다”며 “재고 폐기를 법으로 금지하는 등 지속 가능한 패션을 위한 제도를 시급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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