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또 바뀌는 입시 제도…정부·국회, 국가 백년대계 머리 맞대야
(서울=연합뉴스) 현재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2025학년도부터 고교 내신 평가가 기존의 9등급에서 5등급 상대평가로 바뀌고, 이들이 응시하는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는 선택과목이 없어지는 대신 모든 영역이 공통과목으로 치러진다. 교육부는 10일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을 발표하고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에 의견 수렴을 요청했다. 최종안은 국교위 논의와 다음 달 20일로 예정된 대국민 공청회 등을 거쳐 올해 안에 확정될 예정이다. 교육부는 2021년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 계획' 발표 당시 고1이 주로 배우는 공통과목은 현재와 같이 상대평가를 유지하되 2∼3학년 선택과목은 절대평가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고 지난 6월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에서도 이런 기조를 유지한 바 있으나 이번에 방침을 바꿨다. 또 2022학년도 수능에서 '공통+선택과목' 체제로 바뀐 국어와 수학 영역은 6년 만에, 탐구 영역은 근 30년 만에 공통과목 체제로 되돌아가게 됐다. 수능 출제위원과 사교육업체 간 유착을 막기 위한 장치도 마련됐다. 우선 수능 출제·검토위원은 과세정보를 확인해 사교육업체와 거래한 사람을 원천 배제하고, 검증된 인력풀 안에서 무작위로 추첨해 뽑기로 했다. 출제 후 5년간은 수능·모의평가 참여 경력을 이용한 사교육 영리 행위도 금지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입시 현실과 교육의 이상이 균형을 이루는 것"에 초점을 맞춰 개편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벌써 엉거주춤한 타협으로 이상과 현실, 모두를 놓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좋은 취지로 출발한 제도가 현실론에 부딪혀 방향을 잃었는데 그 현실론조차 그리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고교학점제의 경우 교육부는 고교 1학년 때 만족할 만한 성적을 받지 못한 학생이 자퇴 후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에 진학하는 사례가 늘 것이라는 예측에 따라 2∼3학년 절대평가 도입을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렇게 되면 미래 사회의 변화에 초점을 맞춰 학생 개개인의 다양성에 기반한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자는 고교학점제의 취지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 학생들이 적성이나 진로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기보다는 내신 성적을 올리기 쉬운 과목을 골라 수강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또 수능의 선택과목 체제가 '과목별 유불리', '문과 침공' 등의 논란을 야기하자 예전의 공통과목 체제로 복귀했으나 고교학점제의 방향과는 어긋난다. 학생 변별이 어려워진 대학들이 대학별 고사를 확대하고, 자율형사립고·특수목적고 쏠림 현상이 심화하면서 사교육 의존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급변하는 시대 상황에 맞춰 입시 제도를 개편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고교 이하 교육의 지상과제가 마치 대학 진학인 듯한 분위기에서는 어떤 제도도 목표에 부합하는 결과를 얻기 어려운 것 또한 현실이다. 실제로 그동안 수없이 바뀐 입시 제도로 상황이 개선됐다고 느끼는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다. 기존의 문제는 새로운 문제가 대체했고, 사교육 시장은 더욱 부풀어 올랐다. 학생들을 성적에 따라 줄 세워 입학시킨 대학들이 그에 걸맞은 국제적 경쟁력을 갖췄는지도 의문이다. 공교육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사교육이 기승을 부리면서 그나마 남아 있던 교육 분야의 사다리까지 망가졌다는 비판도 있다. 교육 문제는 양극화, 저출산 등 우리 사회의 건강성과 직결된 사안이다. 높은 교육열은 국가 발전의 원동력임이 분명하나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하지 못할 경우 자칫 학력과 부의 대물림 같은 형태로 사회 전체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이제는 교육부에만 맡겨 놓을 게 아니라 정부와 국회가 함께 나서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백년대계를 놓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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