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에 코스닥 800선 붕괴…악재 오래갈지 전문가에 물어보니

차창희 기자(charming91@mk.co.kr), 유준호 기자(yjunho@mk.co.kr), 우제윤 기자(jywoo@mk.co.kr) 2023. 10. 1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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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 발발 이후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국내 증시가 하락했다. 코스닥은 지난 3월 이후 7개월만에 800선이 무너졌다. 다만 증권가에선 아직까지는 확전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증시 악재가 될 가능성 역시 낮다고 보고 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26% 하락한 2402.58에 마감했다. 코스피는 2400선 지지에는 성공했지만, 장 초반 1.64%에 달했던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결국 전 거래일 대비 하락 마감했다.

성장주 위주의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2.62% 하락한 795.00에 마감하며 지난 3월 17일 이후 처음으로 800선을 밑돌았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가 2450선 회복에 실패하며 결국 오후 들어서 상승폭을 대부분 반납했다”며 “특히 수급 측면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12거래일 연속 순매도하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라고 밝혔다.

전쟁 발발에도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0.63% 상승 마감하면서 국내 증시도 장 초반 호조를 보였다. 하지만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특성상 투자심리가 위축되며 하락 전환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증시 방향성을 이끄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매도세 기조를 지속 중인 것도 큰 부담이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며 고물가 부담이 잇따를 경우 성장주들의 현 기업가치(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질 수도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도 국내 증시에서 자금을 빼내며 ‘셀 코리아’ 기조를 지속했다. 10일 하루에만 코스피에서 2081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 7월 이후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스피에서 팔아치운 금액 규모는 5조1990억원이다.

이날 대부분의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주가가 내렸다. 특히 2차전지(배터리) 종목들의 하락 폭이 컸다. 포스코홀딩스 주가는 4.09% 하락했고,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 주가도 각각 6.32, 5.31% 내렸다. 코스피에서 보합 또는 하락한 종목수는 822개로 상승 종목수(404개)의 두 배가 넘었다. 코스닥에선 상승 종목수가 315개에 불과했고, 1299개의 종목이 보합 또는 하락했다.

증권·금융가에선 이번 중동 무력 충돌이 단기적인 악재로 작용할 순 있지만, 장기적인 방향성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고 보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1~4차 중동 전쟁 당시 미국 S&P500지수는 대체로 전쟁 1주일이 지나면 하락이 진정되는 경향을 보였다”며 “이란의 직접적인 개입 가능성이 작고 과거와 달리 원유 수요 전망도 탄탄하지 않아 우려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갈 확률은 낮아 보인다”고 밝혔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차장은 “시장에서는 확전될 것이냐, 이란과 같은 산유국이 참전해 향후 원유 생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느냐에 무게를 두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이스라엘 상황이 확전 양상을 보이지 않는다면 시장은 지역적인 불안으로만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달러당 원화값은 안정세를 보였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 거래일 종가 대비 0.4원 오른 1349.5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보다 1.5원 오른 1348.4원에 개장가를 형성하며 강세를 보였던 원화값은 이후 잠시 1350원대로 내려서며 약세 반전하는 진통을 겪기도 하다가 강보합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번 중동에서의 무력 충돌이 단기간에 마무리 될 것이란 전망과 함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인사들을 중심으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한층 낮추는 발언이 나오면서 달러값 상승 압력에 제동을 건 것으로 평가된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중동 사태까지 겹치면서 대외경제 불안요인이 커질 수 있다”며 “이미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이 가중될 경우 국내 금리에 영향을 미치면서 국민의 이자 부담도 증대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관계부처는 국내외 경제 금융 상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경제 불안정에 대한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주시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금융위원회도 김주현 위원장을 주재로 회의를 소집하고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군사적 분쟁 격화에 따른 시장 영향과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사태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치는 단기적인 영향을 제한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향후 사태가 장기화하거나 주변국의 참전으로 군사적 충돌이 확산하는 양상을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채권, 단기자금시장 및 주식시장의 자금흐름과 금융회사 외화유동성 상황 등을 자세히 점검해 주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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