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집’ 송강호 “정우성, 밤새 달려와 광기의 열연…재미있어하더라”[MD인터뷰]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배우 송강호는 한국 영화계의 거대한 산맥이다. 연극으로 기량을 닦은 그는 1996년 홍상수 감독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로 충무로에 데뷔한 이래 ‘조용한 가족’ ‘넘버3’ 등에서 개성 넘치는 연기로 주목을 끌더니 ‘반칙왕’으로 주연을 꿰찬 뒤에 다양한 장르에서 감히 넘볼 수 없는 명연기를 펼쳤다. ‘공동경비구역 JSA’ ‘살인의 추억’ ‘복수는 나의 것’ ‘괴물’ ‘관상’ ‘설국열차’ ‘변호인’ ‘기생충’ ‘브로커’ 등에서 보여준 그의 연기는 규정되지 않는 넓은 스펙트럼으로 한국 영화의 지도를 넓혔다. 결국 그는 ‘브로커’로 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그는 ‘조용한 가족’ ‘반칙왕’ ‘놈놈놈’ ‘밀정’에 이어 다섯 번째로 김지운 감독과 ‘거미집’으로 만났다.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열 감독'(송강호)이 검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현장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뻔한 영화를 찍고 있지 않다는 설렘
“새로운 영화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설레기도 했죠. 뻔한 영화를 찍고 있지 않다는 설렘이 컸어요.”
‘장르의 마스터’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은 치정멜로, 코미디, 괴기호러,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가 녹아든 작품이다. 종잡을 수 없이 바뀌는 촬영 현장이 폭소를 자아내다가도 김열 감독이 예술의 열정으로 빚어내는 영화는 서늘한 기운을 내뿜는다.
“처음으로 감독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예술가의 고통을 알게 됐죠. 그러나 이 영화는 김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이 사회의 거대한 세트장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욕망과 좌절을 담아내는 게 목표였어요. 그 점이 마음에 들었고요.”
김지운 감독, 집요하다
그는 김지운 감독과 다섯 번째 호흡을 맞췄다. 1998년 ‘조용한 가족’에서 만났을 때 멋있었는데 지금은 나이가 들었다며 “세월 앞에선 장사가 없다”고 했다.
“집요하죠. 본인이 원하는 미장센이 됐든, 연기가 됐든 만들어 가는 과정 자체가 굉장히 열정적입니다. 25년간 다섯 작품을 하면서 많이 느꼈어요. 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사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고, 존경스러워요.”
그는 ‘놈놈놈’의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제작진이 내일 아침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촬영 분량이 남았다. 해는 떨어지고, 초조함은 더해갔다. 이런 상황에서도 김지운 감독은 가장 위험한 장면을 촬영했다. 그때 영화 속 김열 감독처럼 김지운 감독의 광기도 폭발했다.
정우성, 먼 길 달려와 열연 “정말 고마워”
‘거미집’엔 ‘놈놈놈’에서 함께 연기했던 정우성이 특별출연한다. 김열 감독의 스승을 역할로 등장해 그야말로 열연을 펼쳤다. ‘밀정’에 출연했던 이병헌에 이어 ‘놈놈놈 유니버스’가 완성된 순간이었다.
“그때 정우성 배우가 광양에서 김성수 감독의 ‘서울의 봄’을 찍고 있을 때였어요. 광양에서 찍고 밤새 달려와 이틀 동안 촬영했죠. 전혀 피곤해하지 않고 신나서 연기하더라고요(웃음). 광기의 연기를 하는데, 저런 모습을 본 적이 있었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고맙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했어요.”
영화의 순수한 가치 계속 추구하겠다
작금의 영화시장은 위기다. 코로나 팬데믹과 OTT 열풍이 겹치면서 극장을 찾는 관객이 줄었다. 그는 다양한 형태의 채널과의 공존을 강조하면서도 영화의 순수한 가치를 계속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새로운 작품에 대한 도전과 탐구가 있어야죠. 그게 영화와 영화관의 존재 이유이고, 살아남는 길입니다. 저도 더 큰 노력과 열정을 쏟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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