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용지와 같은 QR코드 무단인쇄 가능… 위조 무방비 [해킹 취약한 선관위]
해커가 투표관리관 도장 훔칠 수 있고
사전투표소 통해 내부망 침투도 가능
북한발 해킹 사고 사전에 인지 못하고
국정원 통보 받고도 적절한 조치 뒷짐
“자체 보안점검 100점 만점” 호언 불구
국정원 등 합동 재평가선 31.5점 그쳐
국가정보원이 10일 공개한 국정원·중앙선거관리위원회·한국인터넷진흥원(KISA) 합동 보안점검 결과 선관위는 해커의 투표결과 조작뿐 아니라 사전투표 용지 위조, 내부 선거망 침투 등이 벌어질 수 있는 총체적 보안 부실 상태로 드러났다.
국정원이 통보한 북한발 해킹 사고에 대해 인지하지 못했을뿐더러 언제든지 해커의 공격을 받고 투·개표 조작 등이 일어날 수 있는 취약한 상태였다는 것이다.
이날 국정원이 발표한 결과 선관위는 사전투표 용지 위조와 투표용지 무단 인쇄 등에 무방비 상태였다. 해커가 사전투표 용지에 날인되는 청인(廳印·선관위 도장), 사인(私印·투표관리관의 도장) 파일 등을 선관위 내부 시스템을 통해 훔칠 수 있었다. 테스트용 사전투표 용지 출력 프로그램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실제 사전투표 용지와 QR코드(정보무늬)가 같은 투표지도 무단으로 인쇄가 가능했다.
선관위는 최근 2년간 국정원이 통보한 북한발 해킹 사고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고 적절한 대응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국정원은 밝혔다.
국정원은 북한 정찰총국과 연계됐다고 알려진 해킹조직 ‘김수키(Kimsuky)’가 선관위 인터넷 PC를 악성코드에 감염시키는 과정에서 직원 개인 메일을 통해 대외비 자료가 유출된 사실도 확인했다. 국정원은 선관위가 개인 상용메일로 업무자료를 주고받도록 허용한 건 보안정책 부실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해킹 사고가 발생한 이후 조치도 미흡했다. 선관위는 해킹 사고의 피해자에게 통보조차 하지 않았고 같은 직원을 대상으로 한 보안 사고가 잇달아 발생했다. 용역업체 직원끼리 선관위 직원 업무계정을 공유하는 등 관리업체의 보안 문제도 있었다.
국정원의 점검을 거부해왔던 선관위는 자체 보안 점검 결과 “100점 만점”이었다고 국정원에 통보하기도 했다. 국정원은 이같이 전하며 이번 점검을 통해 과거 선관위와 같은 기준으로 재평가했더니 31.5점이라는 점수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이번 점검 이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정확하게 저희가 (선관위에) 권고를 했고 긴급하게 조치가 필요한 부분 대해서는 조치를 했다”며 “다만 오늘 얘기한 취약점들과 관련해 앞으로도 선관위가 보안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백 차장은 “선관위 입장에서도 점검 결과를 받았기 때문에 시스템 취약점이 있도록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이번 선거는 시스템이 보완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을 앞둔 선관위 보안 시스템 개선에 대해 백 차장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많은 예산이 요구되는 대폭적인 개선은 어렵지만 선거의 보안 조치가 돼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초 선관위 고위 간부 자녀 및 친·인척 특혜 채용 비리가 불거지면서 선관위에 대한 종합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여기에 선관위가 북한의 해킹 공격에도 국정원 권고를 무시했다는 의혹이 겹쳐졌고, 선관위는 국회 교섭단체가 추천한 여야 참관인들이 참여하는 보안점검을 수용했다.
곽은산 기자 silv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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