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차기 정부에 전기료 부담 전가 우려 묵살”
“공공요금 조정 반복적으로 미뤄
한전 등 공기업 재무 위기 촉발
부실 사업·투자로 예산 2조 낭비
인력관리 부실 철도公 137억 손실”
문재인정부가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않을 경우 차기 정부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내부 의견을 묵살했다는 감사 결과가 10일 나왔다. 감사원은 문정부가 공공요금 조정을 반복적으로 미루면서 한국전력공사 등 공기업의 재무 위기를 촉발했다고 지적했다. 또 공기업, 중앙부처 등의 무리한 사업·투자로 낭비된 예산이 2조원가량인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총 104건의 감사 결과를 도출하고 해당 기관들에 제도 보완 등을 요구했다. 위법·부당 행위자 21명은 징계·문책 등 조치, 범죄 혐의자 18명은 고발·수사 요청했다.
감사원은 문정부가 전기·가스요금 동결에 따른 문제점을 알고도 2021년부터 2022년 초까지 이를 강행했고, 그 결과 공기업의 경영 실적이 악화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22년 연간 전기요금을 협의 과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요금을 올리지 않으면 연간 영업 적자가 16조3000억원으로 예상된다”며 1월부터 전기요금 전 항목에 걸쳐 요금을 인상하자고 제시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물가안정·국민부담 등을 이유로 들며 1분기에는 요금을 전부 동결하고, 이후 시기와 요금 항목 종류를 분산해 조정하자며 제동을 걸었다. 산업부 안에 따른 2022년 한전 적자는 10조4000억원, 기재부 안에 따른 적자는 11조8000억원으로 예상됐다. 그런데도 정부는 2021년 12월 청와대와 부처 간 경제현안조율회의에서 기재부 안이 최종안으로 결정됐다.
특히 당시 회의에선 기재부 안으로 결정 시 “요금 인상 부담을 차기 정부에 전가한다는 비판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 의견이 나왔던 것으로도 감사 결과 파악됐다. 문정부는 앞서 2021년 1월 도입된 연료비 조정 요금에 따라 조정할 필요가 있었던 2021년 2분기와 3분기 전기요금도 동결한 바 있다.
감사원은 또 공기업과 중앙부처 등의 부실하거나 무리한 사업·투자로 공공기관 재무건전성이 악화했다고 지적했다. 한 예로 한국서부발전은 농지전용 허가가 어려운 부지에 출자금 예산 30억9000만원을 들여 태양광 발전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했다가 사업이 좌초돼 손실을 봤다.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 행태와 방만 경영도 이번 감사에서 다수 확인됐다. 가스공사 사장과 간부들이 해외 출장 숙박비를 별도 규정 없이 무한정으로 지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채희봉 전 가스공사 사장은 호텔 스위트룸에 묵으면서 하루 숙박비로만 260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기업 직원들이 겸직 규정을 어기고 이른바 ‘투잡’을 뛴 사례도 적발됐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20∼2021년 주요 공공기관 14곳의 임직원 65명이 부당 영리 행위에 종사해 총 24억원을 벌었다.
감사원은 이날 별도로 승무원들의 근로시간이 제대로 안 지켜져 한국철도공사의 적자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도 발표했다. 승무원들의 소정 근로시간보다 부족한 근로시간을 인건비로 환산한 결과 손실분은 연간 79억원 규모로 추정됐다. 이와 함께 공사가 비상 대기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지출하는 추가 인건비도 연간 58억원가량 발생해 비효율적 인력 관리에 따른 철도공사 손실분이 연간 137억원에 달했다. 감사원은 “철도공사의 영업 적자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인력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동력차 승무원의 효율적 운용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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