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학생 부담 커질 획일적 수능 개편, 사교육 유발 없게 해야

2023. 10. 10.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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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대입 전형의 핵심 요소인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내신 평가체제를 전면적으로 바꾼 ‘대입제도 개편안’을 10일 발표했다. 올해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치르는 2028학년도 수능은 국어와 수학, 탐구 영역의 선택 과목을 없애 모든 수험생이 똑같은 문제지로 시험을 치르게 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2025학년도부터는 내신 평가체제도 현재의 9등급에서 5등급 상대평가로 바꾸기로 했다. 당초 도입이 유력시됐던 수능 논·서술형 문항은 제외했다.

현 수능은 도입 초기부터 과목 간 난이도 차이에 따른 유불리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많은 학생들이 적성이나 진로와 무관하게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는 과목을 선택하는 부작용이 심했다. 교육부 개편안대로 선택 과목이 사라지면 이런 문제점이 해소되고, 문·이과 구분 체제도 사실상 폐지된다. 그러나 한날한시에 똑같은 문항을 푸는 획일적인 시험으로 전국 수험생을 한 줄로 세우는 새로운 부작용이 발생한다. 개편안이 수능에서 문·이과 구분을 없애 학문 간 융합과 통섭의 발판을 마련하는 건 좋지만, 문·이과 지망생 가릴 것 없이 모두 통합과학과 통합사회를 치러야 해 학습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지금은 사회 9과목과 과학 8과목 등 총 17과목에서 2과목을 고르면 되지만 앞으로는 모든 수험생이 17개 과목을 전부 공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신 평가체제 개편은 고교 3년간 학교에서 경쟁을 조금이라도 줄이자는 취지다. 현재 4%인 1등급 학생비율은 10%로, 2등급은 7%에서 24%로 크게 늘어난다. 그러나 내신 절대평가 도입을 전제로 설계된 고교학점제와는 기본적으로 아귀가 맞지 않는다. 진로·흥미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기보다는 성적을 따기 쉬운 과목을 골라 수업을 듣는 학생이 늘 수 있다. 등급 간소화로 대입에서 내신 비중이 축소되는 것도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 자율형사립고나 특목고 쏠림이 일어나면, 초·중학교부터 사교육이 증가하고 고교 평준화 기반이 흔들린다.

대입 제도에 정답은 없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뒤따른다. 어떻게 바꿔도 교육 경쟁과 사교육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교육의 기회균등과 공정성, 형평성을 훼손하는 사교육을 줄이려는 시도를 게을리하거나 외면해서도 안 된다. 입시제도는 여러 교육정책과 맞물려 있고, 집단별 이해관계가 복잡해서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교육부의 이번 대입 개편안은 국가교육위원회 심의를 거쳐 연말에 최종 확정된다. 국가교육위 심의 과정에서 학생 부담을 덜고, 사교육 유발을 최소화하는 구체적인 방안이 나와야 한다.

10일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2028 대학입시재도 개편 시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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