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난민들 예루살렘으로 오고 있어…30년 살면서 이런 일 처음"
"집 지하 방공호로 대피…거리에 사람 없고 가게도 닫혀"
(서울=뉴스1) 유민주 김형준 기자 = "예루살렘에 30년을 살았는데 민간인을 죽이는 것은 처음 들은 일이다. 공습 첫날이 유대교 명절이었는데 하루에만 로켓 3000개가 떨어졌다고 한다."
이스라엘의 수도 예루살렘에 거주하는 김봉자씨(75·여)는 10일 오후 <뉴스1>과의 통화에서 현지 피난민들의 급박함을 고스란히 전했다.
김씨는 "지금 (피난민들이) 남쪽 하마스에서도 올라오고 북쪽에서도 중앙 예루살렘 쪽으로 오고 있는 것 같다"며 "식당이나 상점들도 간간이 열긴 하지만 닫은 곳이 더 많고 언제 열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예루살렘은 공습경보가 없는 편인데 공습 첫날은 사이렌이 울리고 그랬다"며 "예루살렘 올드타운(구시가)은 완전 관광지지만 지금 길거리에는 아무도 없고 그저께 차를 타고 나가봤는데 아무도 없이 다들 방공호만 점검하고 있었다"고 현지 상황을 설명했다.
지난 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시작한 충돌이 4일째 이어지고 있다. 이번 충돌로 양측 사망자 수는 최소 15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침공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재한 이스라엘인들과 현지 피난민들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태다.
재이스라엘 한인회와는 접촉하고 있지 않다는 김씨는 "예루살렘 인근인 아부고슈라는 마을까지는 포격이 있었다고 들었다"며 "예루살렘에 아직 직접적인 피해를 본 사람은 없는 것 같지만 아부고슈에는 모스크가 파괴됐다는 연락을 들었다"고 말끝을 흐렸다.
채완병 재이스라엘 한인회 회장은 이날 오후(현지시간) <뉴스1>과의 통화에서 "한인들은 대부분 예루살렘과 테아비브 지역에 있는데 이곳은 따로 공습은 없어서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장기전으로 갈 수 있어서 계속 뉴스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 회장은 "지난 7일 아침에 공습이 시작될 때 10번 정도의 사이렌이 울렸고 어제만 해도 2번 정도 울렸다"며 "평소에는 울릴 일이 없고 로켓이 떨어지는 지역에 울리면 집마다 지하에 의무적으로 만들어진 방공호 같은 대피소에 들어가 있다가 소리가 멈추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기 체류 중인 순례객들은 오늘 오후 비행기로 출국을 하겠지만 예루살렘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 교민분들은 아직 미리 출국하시는 분은 못 들었다"며 "긴급 연락망을 공유하면서 계속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 회장은 "가자지구는 예루살렘에서 30㎞ 떨어진 곳이지만 어제만 해도 예루살렘에서 10㎞ 거리에 있는 아부고슈라는 마을에 로켓이 떨어졌다"며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의 한 회당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충돌로 근심이 깊은 재한 이스라엘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회당의 랍비 오셔 리츠만(41)은 "지난 주말부터 100여명의 이스라엘인들이 이곳을 찾아 영적인 도움을 구하고 갔다"고 설명했다. 리츠만 또한 고국에 남동생 등 가족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그는 "남녀를 불문하고 군에 징집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남동생도 군에 징집됐다"고 전했다.
리츠만의 딸 A양(17)도 학교가 있는 이스라엘로 돌아가지 못하고 한국에 머물고 있다. A양은 "원래대로라면 11일 이스라엘로 돌아갈 예정이었지만 이번 상황으로 그러지 못하게 됐다"며 "친구들과 연락도 끊겼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고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무슬림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오후 무슬림들이 모인 서울 용산구 한국이슬람교 서울중앙성원에는 적막함이 맴돌았다. 성원을 찾은 파키스탄 출신 무슬림 아슬란(30)은 "우리나라는 아니지만 팔레스타인과 같은 무슬림으로서 마음이 아프다"며 "팔레스타인과 우리 무슬림들은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유대인과 무슬림들은 확전과 전쟁 장기화를 우려하면서 "원하는 것은 오직 평화"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으로 여행을 온 이스라엘인 쇼시(31·여)는 "모든 사람이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 바로 확전"이라며 "빨리 상황이 끝나길 바랄 뿐이지만 상황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리츠만은 "우리는 전쟁을 원치 않는다"며 "빛이 어둠을 이기듯 이 상황도 곧 끝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youm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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